울산지법, 피해 계약자 항소 청구 인용…"손해액 50% 지급하라"
"기획부동산 피해, 소개한 직원 고의성 없어도 방조 과실 인정"
기획부동산 업체 직원이 고객에게 투자를 권유해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면, 그 과정에서 고의성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민사1부(방웅환 고법판사)는 기획부동산 투자로 손해를 본 A씨가 업체 직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반환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의 원고(A씨)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B씨)는 원고에게 손해액의 50%인 7천4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제주도 서귀포시 임야 500여㎡를 1억4천800여만원을 주고 매수하는 계약을 B씨가 소속된 업체와 체결했다.

당시 '역사마을, 영어마을 등이 조성 예정이다', '신공항이 설립되면 지가가 상승한다', '건축허가를 받아 상하수도 시설을 해주겠다' 등의 소개를 받았지만, 해당 업체는 기반시설 설치를 비롯한 관련 절차를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이에 A씨는 업체와 직원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 재판부는 업체에 대판 청구는 모두 인용하면서도 B씨에 대해서는 "회사와 공모해 원고를 기망했다거나 회사 기망행위를 용이하게 방조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B씨가 고의 또는 과실로 불법행위를 방조했으므로 매매대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나 증언만으로는 B씨가 고의에 의해 불법행위를 방조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A씨가 B씨를 고소한 사건에서도 B씨에게는 공모 내지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혐의없음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다"며 "B씨가 소개한 것이 A씨가 매매계약을 체결한 계기가 됐고, B씨는 계약 체결 후 이행과 관련한 설명이나 상담 등을 전담했다"고 B씨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업체 임직원 설명을 듣고 별다른 확인 없이 계약을 체결한 A씨의 부주의, A씨가 입은 손해의 규모, B씨가 얻는 이익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손해배상 책임은 손해액의 5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