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코'의 농염한 안무를 만들어낸 안무가 밥 포시
얼마 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뮤지컬 '시카고'는 6년만에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팀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 내한 공연이다. '시카고' 특유의 농염한 안무를 만들어낸 사람은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뮤지컬 안무가이자 영화감독 밥 포시(1927~1987)다.

포시의 부친은 보드빌(1890년대~193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통속적인 오락 쇼) 배우였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각종 춤을 배우며 자랐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뉴욕으로 이주해 브로드웨이에 데뷔했다. 1954년 뮤지컬 '파자마 게임'의 안무를 만들었는데, 재즈와 보드빌 스타일을 반영한 독특한 안무로 큰 인기를 끌어 처음으로 토니상 안무상을 받았다.

포시는 1960~1970년대 성적 자유에 대한 열망 등을 반영한 뮤지컬을 만들어 연이어 큰 성공을 거뒀다.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가 '시카고'다. 당시 미국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욕망 등을 재즈 음악과 포시 특유의 관능적인 안무로 표현한 블랙코미디다. 2002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포시는 안무가로서 결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안짱다리'를 장점으로 승화해냈다. 구부정하면서도 소소한 근육들의 움직임을 시각화한 독특한 안무 스타일을 창조해낸 것이다. 박자에 맞춰 엄지와 중지를 튕겨 소리내기, 한쪽 손만을 쓴 제스처 등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보이면서도 매력적인 동작이 바로 '포시 스타일'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