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에 부품 장기공급 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등 ‘갑질’한 혐의를 받는 미국 스마트폰 부품 공급사 브로드컴의 자진시정안(동의의결안)을 13일 기각했다. 브로드컴이 낸 시정 방안이 삼성전자의 피해 회복에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가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 뒤 동의의결안 내용을 문제 삼아 기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제시한)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 보상은 적절치 않고 삼성전자도 수긍하고 있지 않다”며 “동의의결 승인 요건인 거래 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의 조사·심의를 받는 기업이 스스로 피해구제 방안을 내고 이 방안이 수용되면 공정위가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3년간(2021~2023년) 연간 7억6000만달러 이상의 부품 구매를 요구하며 미달 시 차액 보상을 강요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브로드컴은 지난해 7월 2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조성을 핵심으로 하는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공정위는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하지만 동의의결이 기각됨에 따라 공정위는 조만간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 제재 수준을 결정하는 본안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