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특구' 목동, 재건축 후 사업성 최고인 랜드마크는?
14개 단지 중 12개 단지, 일제히 안전진단 통과
재건축 사업성은 5단지, 떠오르는 랜드마크 7단지
7단지 신속통합기획 선택 … 신탁 방식 고민도
용적률 300% … 최고층수는 50층에 가까울 듯
'연세대 토목공학 학사, 도시계획 석사, 도시공학 박사, 토목시공기술사.'
언뜻 보면 토목학과 교수처럼 보이는 이 약력의 주인공은 이기재 양천구청장이다. 그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보좌관을 지낸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구청장 직속으론 '도시발전추진단'이란 이름의 조직도 생겼다. 양천구 내 60개 정비사업을 기획하는 이 구청장 직속 조직이다.
이 조직을 이끄는 나현남 단장은 두산중공업에서 15년, KB부동산신탁에서 15년을 보낸 정비사업 전문가로 꼽힌다. 단장을 맡기 전엔 KB부동산신탁 도시정비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약력에서 드러나듯 양천구의 개발 압력은 상당히 거세다. 이 구청장의 휴대폰엔 양천구민의 정비사업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구청장과 이 단장은 점심시간을 쪼개 주민을 위한 정비사업 설명회를 열고 있다.
'교육 특구' 목동, 재건축 후 사업성 최고인 랜드마크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4개 단지는 양천구 정비사업의 핵심이다. 목동 1단지(1985년)를 시작으로 1988년(7·10·11·12·14단지)까지 해마다 사용승인이 이뤄져 재건축 연한(30년)이 모두 지났다. ‘목동 신시가지’라고 하는데 1~7단지(앞단지)는 목동이고, 8~14단지(뒷단지)는 신정동이다.

한 단지의 사업성만 놓고 봐도 서울 전역에서 이 정도 사이즈가 나올 만한 단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14개 단지의 사업성이 다 좋다는 평가다. 건폐율이 20%를 넘는 아파트가 하나도 없고, 용적률은 9개 단지가 130% 이하다. 단지 규모로 봐도 가장 작은 단지인 8단지가 1352가구다. 다들 낮게, 간격을 두고 지어졌다는 것이다. 나중에 재건축 비용을 적게 들이려고 높게, 빽빽하게 지을 여유가 충분하다.

작년 12월 발표된 목동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2만3000여 가구에서 5만3000여 가구로 늘어날 정도. 혹자는 신월동 신정동에 비하면 손을 대지 않아도 알아서 잘 굴러갈 곳이라고 한다. “전체 단지가 한 번에 진행할 순 없으니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이 단지들 중에서도 목동 앞단지의 ‘핫플’로 꼽히는 3·5·7단지를 짚어봤다. 공통점은 용적률이 신시가지 아파트 중에서도 특히 낮다는 것. 목동 5단지는 117.2%로 14개 단지 가운데 가장 낮고, 그 다음이 3단지로 122.05%다. 7단지는 124.76%로 5위다. 건폐율은 모두 10%대다.

목동 아파트 단지 전체가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건폐율은 50%, 용적률은 300%까지 채울 수 있다. 돈을 적게 들여도 지금보다 널찍한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가구 수는 3·5·7단지 순으로 각각 1588가구, 1848가구, 2550가구로 사업시행인가만 받으면 어느 건설사든 서로 시공을 맡겠다며 입찰 경쟁을 펼칠 만한 곳들이다.

새집 받고 돈까지 받는 단지가 있다?

그렇게 재건축 사업성이 좋다면 조합원이 내야 할 분담금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대지지분이 많아야 재건축에 유리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 가진 땅으로 공공기부(기부채납)를 하고 조합원 아파트를 짓고도 남는 땅이 많을수록 일반분양 가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반분양이 많아야 조합원의 분담금은 줄어든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성 분석.  NH투자증권 '목동 재건축 심층분석'에서 발췌.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성 분석. NH투자증권 '목동 재건축 심층분석'에서 발췌.
NH투자증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5단지가 가장 낫다. 가구당 평균적으로 가진 대지지분이 94.05㎡로 많기 때문이다(5단지의 대지지분은 서울 전역으로 봐도 최상위라고 한다). 3단지는 89.43㎡, 7단지는 69.3㎡다. 5단지는 주로 대형 주택형, 7단지는 소형 주택형 위주라 대지지분에 차이가 있다.

조합원이 받을 신축 국민주택형(전용 84㎡)에 들어갈 대지지분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법적 상한 용적률 300%를 가정해 35.475㎡다. 그런데 법적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채워받으려면 공공기여율을 전체 대지지분의 15%까지 부담해야 한다. 각종 친환경 기준에 도시기반시설 기부채납, 임대주택까지 꼭꼭 채워넣는다는 얘기다. 공공기여로 들어갈 대지지분은 전체 대지지분의 15%이므로 14.124㎡ 정도다. 남는 대지지분은 94.05-35.47-14.12=44.45㎡. 이 땅으로 일반분양을 받아 분양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7단지는 23.43㎡ 정도가 일반분양분으로 남는다.
목동2단지 경계에 걸린 플래카드.
목동2단지 경계에 걸린 플래카드.
3단지는 용도지역 상향 이슈가 있어 지금 판단하긴 모호하다. 하지만 서울시의 요구(공공지원 민간임대 20%포인트)를 1~3단지가 받아들인다고 가정하면 서울시 도시주거환경기본계획에 근거해 공공기여율이 10%포인트 늘어난다. 이에 따라 기부채납분은 15%에서 25%로 증가하기 때문에 22.36㎡가 된다. 결과적으로 내가 가진 대지지분(89.5㎡)에서 새집에 필요한 대지지분(35.5㎡)과 기부채납에 들어갈 대지지분(22.4㎡)을 뺀 31.6㎡가 일반분양분이다. 사실 용도 상향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일반분양으로 남는 대지지분은 32.31㎡로 다를 게 없다. 나중에 부담하게 될 조합원 분담금은 5단지, 3단지, 7단지 순으로 적다는 것이다. 정비업계는 5단지의 경우 도리어 적지 않은 금액의 분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발 나아가서 분담금도 계산해 봤다. 가령 3.3㎡당 분양가는 5500만원, 공사비는 700만원으로 가정하면, 3.3㎡당 일반분양수익 4800만원에 일반분양 대지지분(44.5㎡)을 곱해 5단지의 가구당 일반분양수익은 6억4656만원이 나온다. 전용 84㎡를 받는다고 하면 공사비 800만원에 계약면적(181.5㎡)을 곱한 4억4000만원이 건축비로 추산된다. 여기에 통상 건축비의 33% 수준인 기타사업비를 더하면 가구당 건축원가는 5억8520만원이 계산된다. 일반분양수익에서 건축원가를 빼면 6136만원이 남는다. 그만큼 5단지 조합원은 분담금을 내지 않고 반대로 남은 분양수익을 돌려받게 된다는 의미다. 목동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 아니지만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았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속속 합류

목동 3단지 초입. 1986년 대우건설이 시공했다.
목동 3단지 초입. 1986년 대우건설이 시공했다.
용도 상향 이슈가 남은 3단지를 제외하면 5단지와 7단지 모두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고민하고 있다. 신속통합기획이란 서울시가 정비계획안을 주민들과 함께 기획하는 정비사업 방식이다. 서울시가 처음부터 짜는 기획 방식이 있고, 주민이 먼저 짜서 서울시에 자문하는 방식이 있다. 목동 재건축 단지들이 추진하는 건 자문 방식이다.

목동 6단지의 신통기획안이 조만간 주민설명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신통기획을 신청한 지 반년 만이다. 뒷단지에선 목동 12~14단지가 지난 4월부터 차례로 자문형 신통기획을 신청한 상태다. 목동 5단지는 지난달 신통기획을 염두에 두고 정비업체를 선정했다. 7단지는 신통기획 방식으로 정비계획안을 구청에 제출한 상태다.

다만 속도를 낼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공인중개사들 반응이다. 목동7단지 상가의 한 공인중개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인 탓에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나이 든 주민이 많다”며 “재건축이 꼭 속도를 낼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것이 나이 든 사람들 위주로 녹지가 많은 데다 5층짜리 저층 아파트인 지금이 마음에 들어 재건축에 반대하는 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목동5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목동은 갭(매매가-전세가)이 10억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상당히 커서 투자자들이 잘 유입되지 않는다”며 “그래도 다른 지역 아파트 대단지에 비하면 상가 규모가 작고 잘게 여러 군데 나뉘어 있어 상가에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는 적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들은 신탁 방식 재건축의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목동 14단지가 가장 먼저 KB부동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했다. 10단지도 지난 11일 예비신탁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5단지와 7단지를 비롯한 단지들도 신탁 방식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한 단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이중으로 비용을 지출하면서 신탁사에 질질 끌려가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도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조합장과 임원들이 주도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보여 내심 신탁 방식으로 추진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구청에서도 신탁 방식 재건축을 권유하는 편이지만 아직 목동 같은 대단지 성공 사례가 없는 데다 약속처럼 금리가 싸게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다음이라는 학군

목동 앞단지 중심상가지역. 건물 전체가 학원으로 가득하다.
목동 앞단지 중심상가지역. 건물 전체가 학원으로 가득하다.
목동이라면 학군인데, 임장기에서 그냥 넘어갈 순 없다. 목동 중심 상업지역도 보면 한 건물 전체가 학원인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 정도로 ‘파리공원’과 오목교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업지역 학군은 잘 알려져 있다. 2022년도 의대 진학 실적을 보면 강서고가 72명을 보내면서 5위에 올랐다. 의학계열(의대·약대·치대·한의대·수의대)로 넓혀 보면 서울 강남 대치동의 ‘얼굴’이라는 휘문고와 전북 전주 상산고에 이어 세 번째다. 자사고를 제외한 일반고 기준으론 전국 1위다. 이외에도 의대에 22명을 보낸 목동고와 양정고(23위)도 만만치 않다. 주로 앞단지에서 강서고나 양정고로 배정된다. 다만 1지망에 쓰지 않으면 경쟁률이 10 대 1을 넘는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중학교의 진학 성적표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양정중은 작년도 졸업생 192명 중 특목고와 자사고로 116명이 진학해 전국 2위에 올랐다. 1위는 광진구 대원국제중이다. 다음으로 월촌중이 467명의 졸업생 중 143명을 특목고와 자사고로 보내면서 21위를 기록했다. 7단지에서 가까운 목운중이나 3단지에 붙어 있는 신목중도 월촌중과 엎치락뒤치락한다.(특목고·자사고 진학률은 목운중이 월촌중보다 높다.) 또 이들 중학교는 특목고와 자사고 진학률로만은 알 수 없는 것이 일반고인 강서고 등으로 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는 목동에서 목운초의 인기가 많은데 7단지가 목운초의 통학구역에 들어가기 때문에 배정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의도 접근성은 최고…강남은 글쎄

대형 병원으로는 목동이라는 명성에는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이대목동병원이 가깝다. 자녀를 두고 여의도로 자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목동만 한 곳도 찾기 어렵다. 단지 중심을 관통하는 국회대로를 타고 직선으로만 달리면 국회의사당이 나오기 때문이다.(강남은 그냥 넘어가자.)

목동 '앞단지'를 지나가는 지하철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목동 7단지가 부각되는 이유도 앞단지와 뒷단지를 가로지르는 지하철 5호선 목동역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역이나 광화문역까지 각각 20분, 40분이면 간다. 3·5단지는 오목교역까지 가려면 도보로 20분은 넘게 잡아야 한다. 마을버스가 다니지만 15분은 걸린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