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에 이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같은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도 사우디아라비아 후원을 받는 LIV골프와 합병을 선언했다. 미국이 사우디와의 관계를 정상화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 중인 중국을 견제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AP통신은 이날 블링컨 장관이 사우디 제다에 도착해 빈살만 왕세자와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7일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뒤 8일엔 사우디 외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한다. 앞서 지난달 설리번 보좌관이 사우디를 찾아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수단과 예멘의 분쟁 종식, 이슬람국가(IS) 퇴치,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대니얼 버나임 미 국무부 아라비안반도 담당 부차관보는 "이번 방문을 통해 안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중심한 미국과 사우디의 비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2018년 10월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틀어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7월 사우디를 방문해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을 때도 이 문제를 거론했고 빈살만 왕세자는 "나는 책임이 없다"고 답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에 증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빈살만 왕세자는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4일 사우디는 다른 산유국들과 달리 다음달부터 나홀로 감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사우디와의 거리를 좁히면서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사우디 원유 수입량을 늘리는 대신 위안화 결제 비율을 높였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외교 정책의 중심을 중동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시키자 그 빈틈을 활용한 것이다.

이날 사우디 주재 이란 대사관이 7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사우디의 제다 주재 이란 영사관도 재개관했다. 제다 주재 이슬람협력기구(OIC) 이란 대표부는 오는 7일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사우디와 이란이 중국 중재로 외교관계를 정상화한 지 3개월 만이다.

아직까지 미국은 이란에 대해선 화해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미국은 미국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한 이란에 대해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7명의 개인과 6개월 업체로 구성된 조달 네트워크에 제재 조치를 부과했다. 구체적으로 이란, 중국, 홍콩의 업체와 개인으로, 중국 베이징 주재 이란 국방무관도 포함됐다.

핵 합의 복귀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이란은 전날 마하 13∼15에 달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앞선 지난 달엔 탄도미사일 카이바르를 공개하기도 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미국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생산과 기타 군사 프로그램을 은밀하게 지원하는 불법 조달 네트워크를 계속 제재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