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처리를 놓고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이 유탄을 맞고 있다. 법 통과 지연으로 수억원대 부담금을 통보받은 정비사업 조합도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세사기특별법 지지부진에…표류하는 초과이익환수법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18일 국회 앞에서 초과이익환수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비사업조합연대는 전국 75개 재건축 조합이 결성한 단체다. 회원 수는 5만8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초과이익을 환수한다며 수억원대 부담금을 지운다면 재건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국회는 이 같은 상황을 바로잡는 민생 법안인 초과이익환수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비사업조합연대는 이날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국회 앞에서 초과이익환수법 처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2006년 도입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그동안 시행이 유예되다가 2018년부터 부담금 예정액을 통지하기 시작됐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가구당 부담금이 7억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자치단체가 부과 절차를 유예하고 있어 재건축 초과이익이 실제로 환수된 사례는 없지만, 법 개정 불확실성으로 재건축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정비사업조합연대의 주장이다.

여야는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세 건의 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면제 기준이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완화되고, 만 60세 이상 1가구 1주택 고령자에게는 담보 제공을 전제로 주택 처분 시점까지 부담금 납부를 유예해준다. 같은 해 9월 발의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안은 재건축 초과이익 면제 기준을 기존 3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최근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토교통위원회의 최우선 법안으로 떠오르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의 통과 시점이 안갯속이다. 여야는 당초 오는 23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초과이익환수제 등 부동산 관련 규제 법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소위에서도 전세사기 특별법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논의 일정이 뒤로 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