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1분기에 2011년 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부동산 가격 하락폭은 대폭 커질 전망이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부실해지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지역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이 재차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집계에 따르면 1분기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 분기 대비 0.76% 하락했다. 전 분기 대비 가격이 떨어진 건 2011년 2분기 후 처음이다.

무디스는 2002년 4분기 가격을 100으로 놓고 매 분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을 지수화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1년 2분기에 127.4까지 떨어졌던 이 지표는 이후 12년간 상승을 거듭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288.6까지 올랐다. 그러나 올 1분기 286.4로 꺾였다. 무디스에 따르면 사무실 건물과 다가구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상업용 부동산 기업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고가 부동산의 하락세가 특히 가팔랐다. 고가 부동산 가격은 지난 3월까지 8개월 연속 떨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5.2% 하락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며 사무실이 줄어들고, 식당 등 인근 시설들도 문을 닫으면서 공실률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 더 문제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더 큰 하락세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경기 침체를 가볍게 겪는다고 가정할 때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약 10% 하락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락폭은 더 커질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