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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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남'으로 만난 남성에게 수년에 걸쳐 9억여원을 받은 여성이 과세당국으로부터 증여세를 부과받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 반포세무서를 상대로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씨는 "성매매의 대가이므로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 씨는 17세이던 2004년경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개인 주식투자자인 B씨(31세)를 처음 만났고, 이후 지속해서 성관계를 맺으며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받았다. B 씨는 A 씨가 성인이 된 후에도 관계를 이어갔고, 2006~2012년까지 경제적 지원을 명목으로 48회에 걸쳐 약 9억2000만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B 씨는 A 씨의 증권계좌를 관리해주며 주식 거래를 해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7억원의 금전 거래를 두고 민사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법원은 "빌려준 것이 아니라 관계 유지를 위해 준 돈"이라며 B 씨 패소 판결했다.

B 씨는 2018년 "A씨가 자신을 기망했다"며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도 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사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세금 문제는 이후 불거졌다. 반포세무서는 A 씨가 2011년 43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고 2014년부터 2017년 3건의 부동산을 취득하자 자금 출처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2006년부터 2012년까지 B 씨로부터 9억3000만여원을 입금받은 사실을 확인했고, 그중 9억2000여만원에 대해 증여세 5억3000여만원을 부과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고 "조건 만남을 대가로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무상으로 받은 행위인 '증여'로 볼 수 없다는 근거로 '조건 만남'을 들며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것.

하지만 법원은 앞서 A 씨가 B 씨와의 민·형사상 다툼에서 두 사람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주장한 부분을 확인하고, "연인 사이의 금전거래"라며 세무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는 과거 민사소송에서 주식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증여에 해당한다"며 "B 씨도 앞서 재판에서 연인관계로 교제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A 씨는 9억여원 가운데 5억원이 다른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구속된 B 씨가 위자료 명목으로 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5억원이 합의금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위자료 명목으로 5억원의 거액을 지급한다는 것도 경험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