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공세에 '적자' 국내 OTT 시름…"수익성 고민해야"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4년간 3조 3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서자 지난해 업체마다 1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OTT인 티빙은 지난해 영업 적자가 1천191억원으로 전년보다 56% 확대됐다.

웨이브도 영업이익이 1천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두 배가 됐다.

국내 OTT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공룡들의 틈바구니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만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라 판단,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등에 투자를 많이 한 탓이다.

투자 콘텐츠의 무형자산 상각비도 증가했지만, 엔데믹 전환으로 OTT 시청자는 감소해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넷플릭스가 K-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토종 OTT 업계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한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의 경제적 수익이 9억 달러(약 1조2천억원)로 추산될 만큼 한국 콘텐츠 제작 시장의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판단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OTT 업계 한 관계자는 "제작비 증가로 방송사나 제작 업계의 넷플릭스 의존도가 극도로 심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OTT 업체들은 적자가 심화하는 가운데 올해는 투자 효율성을 고려한 조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티빙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 4천억원,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적자 폭이 커지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왓챠의 경우 지속적인 적자에 매각 추진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매년 1천억원가량 콘텐츠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시장 환경이 쉽지 않다.

당장 1~2년 내 흑자 전환을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며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국내 OTT는 콘텐츠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통신사·가전·IPTV·모빌리티 등 제휴 채널 확대, 광고 결합 상품 개발, 글로벌 시장 사업 확장 등으로 실적 개선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OTT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 상대가 초거대 글로벌 기업들인 만큼 적자를 감내하면서 출혈 경쟁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투자 대비 수익성을 개선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