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와 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위축지역’ 지정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늘어나는 곳을 위축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위축지역 지정 후 취득세 면제 등 추가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역 간 형평성 문제로 난색을 보이고 있어 지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방 미분양 확산…"DSR·양도세 규제 풀라"

“과열지역 있으면 위축지역도 있어야”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위축지역 지정과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미분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올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효과가 수도권에 쏠려 정작 미분양이 집중된 지방 시장의 위기를 해소하기엔 크게 미흡하다”며 “위축지역 지정과 인센티브 확대로 부동산 침체에 따른 리스크가 지역 경제 전반에 확산하지 않도록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 규제 지역인 조정대상지역은 시장 상황에 따라 과열지역과 위축지역으로 구분된다. 지금처럼 주택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선 정부가 위축지역을 지정하고 인센티브를 줘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게 대한주택건설협회의 주장이다.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 수가 가장 많은 대구도 위축지역 지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법에 따르면 위축지역은 직전월부터 소급해 6개월간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1%보다 더 떨어진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 지역 중 3개월 연속 주택 매매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거나 3개월간 평균 미분양 주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시도별 주택 보급률 또는 자가 주택 비율이 전국 평균을 초과하는 지역 중 한 가지에만 해당하면 국토부 장관이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할 수 있다.

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청약 거주지 우선 요건이 폐지되고, 청약통장 가입 후 한 달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을 얻는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활황기에 과열지역을 지정해 규제를 계속 강화한 것처럼 침체기엔 위축지역을 정해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제·금융 인센티브 확대해야

국토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주택 시장이 둔화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청약 관련 규제를 풀었기 때문에 당장 위축지역을 지정한다고 해도 실익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오히려 위축지역 지정이 특정 지역에 대한 낙인효과를 가져와 주택 거래 둔화 등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정하는 미분양 관리지역도 낙인효과에 대한 지적이 많아 결국 지정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과 상반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청약 조건 완화만으로 실효성이 없다”며 세제·금융 인센티브를 추가로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비적용 혹은 은행권·비은행권 50% 동일 적용, 취득세 무주택자 100%(다주택자 50%) 감면, 미분양 주택 매입 시 5년간 양도세 면제, 분양권 전매 시 양도세 면제, 무순위 청약 절차 배제, 재당첨 제한 배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임차인 자격 1주택자까지 완화, 중도금 대출 보증 건수 제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자체 등에서 위축지역 지정과 인센티브 확대에 대한 요청이 거세지면 검토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제·금융 인센티브 확대 등 추가적인 지원책 마련은 관계부처와의 신중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미분양 이슈에 대해선 건설사의 할인 판매 등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는 인식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