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절창' 무대서 전자음악 사운드 접목 '수궁가' 선보여
젊은 소리꾼의 참신한 소리판 '절창' 시리즈, 이달 말부터 5월 초까지 국립극장서
이날치 메인보컬 안이호 "SF요소 가미한 수궁가 보여드릴게요"
"들판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데 종갓집에서 된장찌개를 잘 끓여놨으니 들어와서 한 상 잘 먹고 가라는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
'범 내려온다'로 2020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팝밴드 이날치의 메인보컬 안이호(44)의 본업은 소리꾼이다.

서울국악예고를 거쳐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국악 전공으로 박사과정까지 마친 그는 '이날치' 결성 전 이미 소리꾼으로 소리판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2012년에는 정광수제 수궁가를 완창했고, 2015년엔 KBS국악대상 판소리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치의 메인보컬로 2집 작업 중인 안이호가 이번에는 국립창극단이 젊은 소리꾼의 참신한 소리판을 표방하며 기획한 '절창' 공연에서 수궁가를 선보인다.

12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난 안이호는 국립창극단을 '종갓집'에 비유하면서 새로움이나 참신함에 대한 강박을 털고 제대로 된 수궁가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날치 덕분에 인지도가 많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제가 계속 전통판소리 무대를 한 건 아무도 기억을 못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어디 갔다 온 게 아니라 꾸준히 판소리를 해왔습니다.

이날치 활동도 (판소리를) 계속하는 그런 흐름 안에 있고요.

"
'아주 뛰어난 소리'라는 뜻의 '절창(絶唱)'은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이 2021년 시작한 기획공연의 이름이다.

이번에는 국립창극단의 간판 단원들뿐만 아니라 외부인인 안이호까지 가세해 현대적 감각의 젊은 소리판을 보여줄 예정이다.

안이호는 가까운 후배인 이광복(국립창극단원)과 함께 다음 달 6~7일 '절창' 기획공연의 마지막 순서인 '절창Ⅲ'에서 호흡을 맞춘다.

안이호가 부르는 '수궁가'와 이광복이 부르는 '심청가'로 구성된 이번 무대는 각 작품의 주요 대목을 원전 그대로 충실하게 부르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동해안별신굿 가락을 판소리에 접목하거나 몽환적인 분위기의 전자음악 사운드를 가미하는 등 색다른 접근도 시도할 예정이다.

"제게는 수궁가가 블랙코미디이자 SF이기도 해요.

수궁가를 생각하면 어릴 적 좋아했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라는 만화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SF적 요소가 수궁가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이번 무대를 통해 관객들이 무엇을 느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상처들이나 기존의 나를 꽉 붙잡고 있던 가치들 같은 게 있다면, 이번 작품에서 같이 보듬고 털어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치 메인보컬 안이호 "SF요소 가미한 수궁가 보여드릴게요"
"처음 기획회의를 할 때 '절창'이라는 단어의 여러 뜻을 논의했는데, 그 중 '날카롭게 벤 상처'(切創)라는 뜻이 와 닿았어요.

소리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스스로 상처를 내고 아물어가면서 단단해지는 과정이거든요.

사람이 성장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
안이호와 함께 무대에 서는 이광복은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주로 창극 무대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린 소리꾼이다.

그는 "온전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큰 무대에서 소리할 기회는 정말 많지 않다"고 했다.

"이번 '절창' 공연은 창극 배우이기 전에 소리꾼으로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 감사하게 생각하지요.

고령의 소리꾼 선생님들의 무대도 이제 많이 보기 힘든 시대거든요.

이런 소리판이 정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국립창극단의 '절창' 시리즈는 오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첫 무대인 오는 27~28일 '절창Ⅰ'에서는 국립창극단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수궁가'를 100분으로 압축·각색한 버전을 선보이고, 다음 달 2~3일 '절창Ⅱ'에서는 국립창극단 민은경과 이소연이 각자의 주 전공인 '춘향가'와 '적벽가'를 중심으로 서로의 소리를 넘나들며 연극적 재담의 묘미를 살린 입체창과 역할극을 선보인다.

이날치 메인보컬 안이호 "SF요소 가미한 수궁가 보여드릴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