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주택협회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주택협회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말까지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 장관은 31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한국주택협회 정기총회 초청 강연에서 "미국과 국내 금리 수준과 전·월세 하락세를 보면 집값 하방 요인이 많다"며 "연말까지는 집값이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 대비 높은 집값은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 18배까지 갔던 것은 비정상"이라며 "이런 상황 때문에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착륙의 파괴적 영향은 막되 당분간은 하향 안정화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PIR은 2021년 18에서 지난해 16.9로 줄었다. 직장인이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더라도 서울에 아파트를 사려면 16.9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당분간 하향 안정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PIR이 더 낮아져야 한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이어 원 장관은 "매매수급지수가 70선을 회복했다"며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겠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0.6을 기록, 20주 만에 70선을 회복했다.

다만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에게 도움이 되는 규제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기조도 재차 확인했다. 원 장관은 "아무리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단기간 시세차익을 노리고 샀다 팔았다 하는 투기 세력과는 손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부가 나서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원 장관은 "집값 바닥보다 인구 바닥이 어디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여태 밍밍한 맛의 저출산 관련 정책만 내놨다. 불닭 맛 내지는 판을 뒤엎는 정책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업계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달라"고 했다.

건설 현장 정상화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 원 장관은 "자재비가 올랐다고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하지만 불법 하도급을 거치면서 공정별로 20%씩 돈을 떼이는데 올리면 뭐 하냐"며 "불법하도급으로 돈을 떼먹는 건 사기 공사이자 사기 분양이다. 밑 빠진 독부터 막고 물가 상승에 따라 공사비를 올리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자 출입카드제와 임금 직접 지불제를 도입해 일 안 하는 가짜 근로자를 없애야 한다"며 "원청부터 현장소장, 감리가 감독 책임을 지도록 하면 이런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각자도생 방식으로 현장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 감리자와 원청에 이를 법적 의무로 부과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