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후 거래가 끊기다시피 했던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에서 모처럼 거래 물꼬가 트이고 있다.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보다는 실수요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소형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전 고점 대비 20~30%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고 있어 단지 주민들 사이에선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2년 만에 거래된 단지들…집값은 30% '뚝'

◆고점 대비 20~30% 낮은 가격에 거래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현재까지 1982건으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까지 매매 시장이 비교적 잠잠했던 강서구, 마포구, 서대문구, 성동구 등 자치구에서도 매매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 힐스테이트신촌은 2021년 2월 전용면적 59㎡가 12억9000만원의 최고가에 매매된 뒤 2년 만인 지난달 약 30% 하락한 8억9999만원에 급매물 거래가 이뤄졌다. 1226가구 규모 신축 단지인 이곳은 집주인들이 10억5000만원(전용 59㎡)가량의 매도 호가를 유지하고 있다. 북아현동 S공인 관계자는 “호가를 내리는 집주인은 많지 않지만, 거래가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매도인이 협상을 통해 가격을 내려줄 뜻이 있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영등포역 인근 2462가구 규모 영등포푸르지오 전용 73㎡(702가구)는 2021년 말 12억4000만원에 팔린 뒤 거래가 없다가 이달 28%가량 하락한 8억9800만원, 8억9500만원에 잇따라 매매가 이뤄졌다. 최근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GS건설이 분양한 영등포자이디그니티의 1순위 경쟁률이 200 대 1을 기록하는 등 풀린 시장 분위기가 매수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 물꼬가 트이자 당초 9억원대 중후반에 버티던 급매물 가격이 되레 낮아지는 분위기이며 8억3000만원대 초급매물도 최근 나왔다.

매수인과 매도인의 시각차가 좁혀지며 500~600가구 이하 중소규모 단지에서도 속속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마포구 현석동 강변힐스테이트에선 2021년 8월 이후 단지 전체 매매가 끊겼다가 지난달 거래가 재개됐다. 전용 59㎡ 가격은 1년6개월 만에 12억3000만원에서 10억3000만원으로 내렸다. 동대문구 이문삼성래미안1차 전용 59㎡ 역시 2021년 1월 7억2000만원에 매매된 뒤 2년1개월 만인 지난달 6억5000만원에 처음 거래됐다.

◆집값 가늠 어렵던 대형 아파트 움직여

집값 상승기에 장기간 거래가 없어 시세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대형 아파트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 전용 141㎡는 2020년 12월 29억원에 거래된 뒤 2년2개월 만인 지난달 35억5000만원의 역대 최고가에 팔렸다. 신고가는 기록했으나 주변 중개업소에 나온 매물 호가보다는 3억~5억원가량 낮은 급매물이었다.

강동구 천호동 삼익아파트 전용 114㎡는 2020년 2월 기록한 종전 최고가 6억8000만원 대비 37%가량 높은 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천호동 L공인 관계자는 “인근 대단지 전용 84㎡ 아파트가 10억원대에 나오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여긴 것”이라고 했다.

거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최고점 대비 20~30% 하락한 중소형 아파트 매매의 영향으로 통계 지표상 집값 하락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 등락이 대형 랜드마크 단지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나머지 지역 현장의 아파트값과 통계치가 6개월~1년 정도 시차가 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