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바이족 출신, 구이저우서 경력 쌓아…중앙정치국 입성은 실패
中 지도부 최고위직 여성 선이친은 누구…"충성심이 특징"
선이친(63) 전 중국 구이저우 당 서기가 지난 12일 국무위원 5명 중 1명으로 발탁되면서 시진핑 집권 3기 중국 지도부 최고위직 여성이 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지도부인 중앙정치국이 25년 만에 전원 남성으로 꾸려진 상황에서 선이친의 국무위원 발탁은 중국 정가에서 여성의 기회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소수민족인 바이족 출신의 선이친은 구이저우대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1982년 구이저우 현급 당교에서 일을 시작해 1995년 부교장에 오른다.

동시에 구이저우 당위원회에서도 이력을 차근차근 쌓은 그는 2003년 초 현급 퉁런시의 당 부서기, 2012년 구이저우 부성장을 거쳐 2018년 구이저우 성장에 임명됐다.

이후 2020년 11월에는 마침내 구이저우 당 서기로 승진했다.

정치 경력 전부를 구이저우에서 쌓은 그는 구이저우의 첫 여성 성장이었고, 구이저우 당 서기로 임명됐을 때는 중국 전체 지방정부 가운데 유일한 여성 당 서기였다.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라도 한때 선이친이 공산당 19기 중앙정치국 유일한 여성 위원이었던 쑨춘란 부총리의 뒤를 이어 20기 중앙정치국에 입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쑨 부총리가 은퇴하면서 선이친이 '여성' 몫으로 그의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나왔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선이친은 205명으로 구성된 공산당 중앙위원회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중앙정치국에는 입성하지 못했다.

중앙정치국에는 1987∼1997년을 제외하고 항상 최소 1명의 여성 위원을 둔다는 불문율이 유지됐지만, 시 주석의 1인 체제가 공고화된 20기 중앙정치국에서 이는 깨져버렸다.

中 지도부 최고위직 여성 선이친은 누구…"충성심이 특징"
빅터 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SCMP에 "선이친의 승진은 이정표"라며 "그의 경력은 중국공산당 내에서 여성이 계속해서 도전에 직면해 있고 솔직히 차별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 당 서기에 오른 대부분의 남성은 이전에 하급 조직의 당 서기를 경험했으나 선이친은 그런 경험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구조적으로 여성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여성이 성급 수준의 1인자로 올라서는 게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선전, 당 건설, 이념과 관련한 선이친의 배경은 최근 승진한 차이치, 왕후닝, 딩쉐샹과 비슷하다고 런던 킹스 칼리지의 중국 전문가인 케리 브라운 교수는 분석했다.

브라운 교수는 당 업무 참여가 중시되고 있으며 시 주석은 지방 현지 경험이 많은 이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 주석은 당 업무에 매우 집중한 이들을 발탁했고 이는 선이친의 이력에 들어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CMP는 선이친의 특징은 강력한 충성심이라고 짚었다.

선이친은 지난해 4월 "시 주석이 2016년 당의 핵심 지도자로 추대된 것은 국가와 모든 인민에게 축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구이저우 간부들과의 만남에서 "당의 핵심 지도자에 대한 충성은 구이저우 당원의 가장 분명한 정치적 특징이며 구이저우 정치 생태계의 가장 뚜렷한 색채"라고 강조했다.

선이친이 국무위원에 발탁되긴 했지만, 여전한 지위의 한계와 남성이 지배하는 정치 구조와 문화에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빅터 시 교수는 "선이친의 행보에 가장 큰 제한은 당내 서열일 것"이라며 "그는 중앙정치국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지방 혹은 장관급 관리에 군림할 권력이나 위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선이친이 무능하다고 비판받는다면 이는 우선적으로 그에게 효과를 낼 만한 지위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선이친은 출발부터 방해받은 것이며 이는 매우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시드니대 밍루 천 연구원은 중국 정치 체제에서 여성 관리는 여전히 남성보다 발전할 여지가 적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는 1949년 신중국 건국 이래 여성이 진출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

또 혁명 지도자의 부인을 제외하고는 2002년 전까지 다른 여성이 중앙정치국에 입성한 적도 없었다.

후보 위원을 포함해 400명 가까운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도 여성의 비율은 약 8%에 그친다.

천 연구원은 "여성이 높은 지위에 올라도 역할은 여성 문제 혹은 별반 주목받지 못하는 업무에 국한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 정계에서 여성을 위한 조건은 과거보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며 "그냥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시 교수는 중국 정가에서 여성 관리의 부족은 정책 결정과 대중의 우려 해소에서 큰 문제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단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성급, 현급 등 하급 단위에서도 1인자에 오른 여성은 거의 볼 수가 없으며 이는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에서 동떨어진 채 특정한 방향으로 편향적인 정책 결정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도 여성들이 정계에서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중국은 심지어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중국 공산당이 매우 보수적이며 꽉 막혀있고 남성 지배적이며 다양성이 매우 결여돼 있음을 뜻한다.

이는 강력하지만, 매우 제한적인 시스템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다른 관점, 다른 시각, 다른 종류의 사람을 필요로 하는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현재는 오로지 한 종류의 사람, 한 종류의 접근만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