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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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 시절 국가정보원 직원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해서 한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2015년 7월 19일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한 유서를 남기고 숨진 국정원 직원의 유서와 관련해 남긴 트위터 글을 캡처해 게시했다. 당시 이 대표는 국정원 직원이 유서에 '내국인과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적었다는 보도를 공유하면서 "아무리 봐도 유서 같지가 않네"라며 "내국인 사찰을 안 했으면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자살하나요? 아동 포르노 심기 기능은?"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자살하나요?'는 이 대표의 말이다. (숨진) 5명은 무슨 잘못을 했나. 공통점은 이 대표와 엮였다는 것뿐"이라며 "이 대표가 8년 전 자신의 물음에 답할 때가 됐다. 의문사 진상규명위라도 설치해야 하겠냐"고 따져 물었다.

한편, 이 대표는 당시 하태경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과 SNS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먼저 하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이재명 시장, 국정원 직원 유서를 제2의 유서 대필 사건으로 몰아가려는 거냐"며 "사람의 죽음 앞에서만큼은 말을 삼가는 것이 인간 된 도리이고 예의다. 타인의 죽음을 비하하고 모독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하태경 의원님은 이해되나. 내국인 해킹 안 했다면서 그 증거를 삭제하고 자살? 내국인 해킹 안 했으면 왜 죽으며, 유리한 증거를 왜 삭제하고 자살하냐"며 "대선 부정·간첩 조작·집안일 개입 등 국정원은 항상 상상 이상이다. 혹 망자 예우 들먹이며 국민 입 막는 게 작전이냐"고 재차 의문을 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연합뉴스
앞서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전날 오후 6시 40분께 경기도청 전 비서실장 전 모 씨가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온 전 씨는 유서에서 자신이 받는 혐의에 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여당의 비판이 쏟아지자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며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고 하지만 이 억울한 죽음들을 두고 정치도구로 활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특수부의 수사 대상이 되면, 사냥의 대상이 되면 죽거나 조작에 의해서 감옥에 가거나 피할 수 없는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전 씨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설 비서실장과 수정구청장 등을 지내 이 대표의 '복심'으로 여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가 도지사에 당선된 뒤 인수위원회 비서실장을 거쳐 2018년 7월 이 지사의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또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서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내다가 이헌욱 전 GH 사장의 사퇴로 2021년 11월 이후 사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이 대표의 각종 의혹과 관련된 인물의 죽음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21년 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인 이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7월에는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의혹 관련 조사를 받던 40대 남성이 숨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 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