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에 이재명 언급' 이재명 전 비서실장 전모씨는 누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자택 앞.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 45분께 경기도지사 전 비서실장 전모씨가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해 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가 누구인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10일 경기도와 성남시 등에 따르면 전 씨는 1978년 공직에 입문해 40년 넘게 근무한 '늘공'(공채를 통한 직업 공무원)이었다. 그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된 2010년대 이후부터 경기지사에 당선돼 대선 주자로 체급을 키운 2020년대 초까지 10여년 간은 이 대표의 측근으로 일했다.

전 씨는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된 후인 2013년 성남시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이 대표를 가까이서 보좌했다. 이후 2014~2017년 푸른도시사업소장, 수정구청장, 행정기획국장, 행정기획조정실장(부이사관)을 차례로 역임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당선된 2018년에는 경기도로 자리를 옮겨 당시 이 지사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전 씨는 2019년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임명돼 이헌욱 전 사장의 사퇴(2021년 11월), 안태준 전 부사장 사퇴(지난해 2월) 이후 정관상 서열 3위 경영기획본부장으로서 사장 직무 대행을 맡았다. 이후 지난해 12월 말 GH에서 퇴직하며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가 경기지사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2019년 5월에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모친상에 조문을 간 것으로도 전해진다. 지난 1월 31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쌍방울 전 비서실장은 "2019년 5월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전 씨)이 김성태 회장 모친상에 조문을 왔다"고 증언했다.

당시 전 씨는 조문을 마친 뒤 쌍방울 관계자에게 "남북 경협 합의서 체결을 축하한다", "대북 관련 사업의 모범 사례가 됐으면 좋겠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 씨는 김 전 회장과 친분이 없는 사이였지만, 경기도를 대표해 장례식장을 찾았다고 한다.

전 씨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관련, GH 퇴직을 전후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시장 비서실장 시절 당시 시장이던 이 대표의 지시를 받아 시 현안을 총괄하고, 정책 수립 및 추진을 담당해 온 측근이었던 전 씨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다만 그의 직책 및 맡았던 업무로 볼 때 수사 경과에 따라 형사 책임을 질 수는 있다고 해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돼 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이 대표의 '정치적 동지'로 분류되는 측근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 씨는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는 이 대표 옆집 GH 직원 합숙소와 관련해서도 당시 GH 경영기획본부장이었기 때문에 관여 의혹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가 쌍방울이나 GH 합숙소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전 씨는 지난 9일 오후 6시 45분께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 씨가 쓴 노트 6쪽 분량의 유서에는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는 심경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는 이 대표의 이름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족 측의 유서 공개 거부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전 씨의 유족은 경찰 조사에서 "최근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의 빈소는 성남시의료원에 마련됐으며 본격 조문은 오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경찰은 전씨에게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시신 부검을 검토하고 있으나, 유족 측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