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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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부동산 시장에도 봄기운이 번지고 있다. 이달 새 아파트 분양이 잇따른다. 봄 이사철도 본격화한다. 봄은 연중 주택 거래가 가장 활발하고, 분양시장도 본격적인 기지개를 켠다는 점에서 올해 전체 시장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로 전국 집값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두 달 연속 1000건을 넘어서는 등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에 숨통이 트이는 모양새다. 이달 2만여 가구가 공급되는 분양시장도 청약 제도 개편과 맞물려 활기를 띨 전망이다.

○전국 2만500가구 공급…봄 분양 기지개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전국에서 아파트 2만543가구가 공급된다. 이 중 59%인 1만2099가구가 수도권 분양 물량이다. 지역별로 경기도가 6129가구로 공급 물량이 가장 많다. 이어 서울(4116가구), 부산(3906가구), 광주(2024가구), 인천(1854가구), 충북(800가구), 전북(707가구) 순이다.
새 봄 2만 가구 쏟아져 '똘똘한 한 채' 골라볼까
서울에서는 모처럼 재건축·재개발 단지 분양이 잇따른다. 도심 내 좋은 입지에 공급되는 신축 아파트여서 청약 가점이 높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영등포자이디그니티(707가구)를 비롯해 동대문구 휘경 3구역을 재개발하는 휘경자이디센시아(1806가구)와 은평구 역촌 1구역을 재건축하는 센트레빌아스테리움시그니처(752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부산에서도 3000가구가 넘는 남구 우암동 두산위브더제니스오션시티(우암 2구역 재개발, 3048가구)가 입주자를 찾는다.

부동산업계에선 청약 관련 규제 완화가 이달부터 시행되면서 침체된 청약시장에 ‘구원 투수’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방 자산가나 주택 임대사업자 등 무순위 청약에 나설 수 있는 수요 기반이 넓어지면서 미분양이 해소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공급량 증가로 일부 지역은 미분양 물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역별 공급 물량과 시장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거래, 두 달째 1000건 웃돌아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379건이었다. 1월(1418건)에 이어 두 달 연속 1000건을 웃돌았다. 작년 2월(821건)보다 68% 증가했다. 2월 계약분에 대한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이 4주가량 남아 있어 거래 건수는 1월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가 135건으로 아파트 거래가 가장 많았다. 강동구(122건)와 노원구(113건)가 뒤를 이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지난달 거래량은 33건으로, 작년 2월(4건) 대비 8배 넘게 급증했다. 송파구 인기 단지로 꼽히는 잠실동 잠실엘스도 작년 2월 거래량은 두 건에 그쳤지만, 지난달엔 8건으로 증가했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을 찾는 전화가 최근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으로 재건축 추진에 탄력이 붙은 노원구 노후 단지에서도 거래가 활발했다.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월계 시영)의 지난달 거래량은 작년 2월(4건)의 세 배에 가까운 11건으로 집계됐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무주택자라면 상반기에 쏟아져 나오는 급매물을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집 있어도 무순위 ‘줍줍’ 청약 가능

이달부터 주택 청약 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우선 9억원에 묶여 있던 ‘특별공급 분양가 기준’이 폐지되면서 서울에서 자취를 감췄던 전용면적 84㎡ 특별공급 물량이 다시 시장에 나온다. 지난 정부는 2018년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별공급이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후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울 등 수도권에서 특별공급이 가능한 분양가 9억원 이하 물량이 대폭 줄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부동산업계에선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가 특별공급으로 풀리면서 관망하던 청약 대기자가 움직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특히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방배 6구역 재건축),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삼익 재건축),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진주 재건축) 등 규제 지역으로 묶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분양 예정 아파트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3일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영등포구 양평동1가 영등포자이디그니티는 특별공급을 통해 전용 84㎡ 49가구를 공급한다. 서울에서 전용 84㎡가 특별공급으로 나오는 것은 2021년 12월 공급된 성북구 안암동3가 해링턴플레이스안암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무순위 청약’(일명 줍줍) 요건 폐지도 청약 대기자들에게 희소식이다. 예전에는 해당 지역 무주택자만 무순위 청약이 가능했지만, 이달부터는 국내에 거주하는 성인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할 의무도 사라졌다. 기존에는 1주택자가 청약에 당첨될 경우 당첨된 주택의 입주 가능일로부터 2년 이내에 기존 보유 주택을 팔아야 했지만 처분 의무가 없어진 것이다. 제도 개정 전에 당첨돼 아직 기존 집을 팔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