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50년 넘어, 100년 기업으로
1922년 창립한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으며 국내 14번째 백년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1896년 창립한 두산그룹이며 신한은행 동화약품 우리은행 몽고식품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옆 나라 일본은 1000년 이상 된 기업이 7개나 있는데,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산업화 시기가 늦고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기업들의 역사가 비교적 짧아 대한민국 기업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1973년 등산용품 및 장비업체 동진사로 첫걸음을 내디딘 BYN블랙야크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집무실에 앉아 글을 쓰며 지난 50년을 돌아보니 미래 50년에 대한 생각이 더 절실해진다.

동진사를 이야기하려면 제주도 출신인 필자가 홀로 서울에 올라온 그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스스로 일해 학비를 마련하고자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취업했다. 당시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의류상을 하던 이모님을 도우며 일을 배우고 여러 사업을 접하면서 등산 장비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릴 때 한라산을 무수히 오르내린 경험이 필자를 불모지와 같던 등산 장비 시장으로 이끈 게 아닌가 싶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동진사는 1995년 기능성과 패션 감각을 더한 블랙야크로, 2019년 글로벌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회사 BYN블랙야크로 이어진다. 긴 시간 경영 일선을 지킨 필자는 이제 지난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00년 기업으로 나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ESG 경영, 친환경이다. 블랙야크는 고기능성 제품을 제공해 사람과 자연을 보호하고, 그들의 도전하는 삶과 함께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아웃도어 기업이다. 여기에는 자연과의 공존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입고 싶은 제품을 만들어도 오를 산이 없다면, 갈 섬이 없다면 아웃도어 기업인으로서도 산을 사랑하는 산악인으로서도 너무 가슴 아픈 일이 아닐까.

하여 필자는 다양한 녹색환경 조성 사업과 국내 섬 지역의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 더 나아가 환경·동물 복지를 고려한 제품 개발에 역량을 키워왔다. 이렇게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BYN 자원순환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블랙야크의 사업과 자연이 양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BYN블랙야크그룹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자연과의 공존을 늘 마음에 새기며 경영에 임하고 있다. 가장 사랑하는 곳이 한라산인 만큼 자연과 산과 함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