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포츠도 경영이다
필자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다양한 대외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답게 가장 오랫동안 몸담았던 곳이 서울시산악연맹이다. 37년 전인 1986년 서울시산악연맹 이사로 연을 맺었고 1998년부터 10년간 회장직을 수행했다. 이때 연맹 행정을 기업 경영에 접목하며 스포츠 경영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기업 마인드라고 해서 연맹 행정으로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 아니다. 운영에 있어 효율과 비효율을 구분하고, 나아가 예산을 쓰더라도 그것이 연맹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인가를 생각했다. 산악연맹 역시 일정 규모의 구성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했고 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2019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대한체육회 산하 17개 지방체육회와 268개 시·군·구 체육회가 민간 법인이 됐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장이 겸직하던 체육회장직을 선거를 통해 민간인이 맡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체육회는 더 유연해지고 자율성이 강화됐다.

필자는 2022년 12월 서울시체육회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얻은 수많은 경험을 본격적으로 체육 행정에 적용해 새로운 스포츠 경영의 모델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 포부다. 그래서 ‘스포츠도 경영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민선 2기 서울시체육회장으로서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포츠를 경영하는 마인드다.

스포츠는 하나의 예술이다. 예술은 곧 관중의 관심과 힘으로 성장한다. 관중은 즐겁고 흥미로운 것에 마음을 둔다. 이처럼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건강 증진을 위한 체육도 좋지만, 건강에 즐거움을 더한 체육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흥이 넘치는 체육은 관중, 즉 시민뿐만 아니라 체육행정도 건강하게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체육은 국위 선양과 경쟁 위주의 엘리트 체육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이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해 전문 체육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가가 골격을 갖춰놨으니 이제 그 안에 민간이 어떤 콘텐츠를 채울 것이냐가 관건이다. 경제적 가치는 콘텐츠가 빛나면 저절로 따라온다.

체육회에 스포츠마케팅팀을 신설할 계획이다. 블랙야크가 진행하고 있는 ESG 캠페인을 스포츠에 접목해도 좋을 것이다. 스포츠 행사에 사용되는 수많은 생수 페트병을 수거해 재생섬유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시체육회를 비롯한 산하 25개 구체육회가 동참한다면 그 시너지와 파급력이 클 것이다.

체육계도 이제 진화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민들의 관심을 받고 더 이상 ‘쓰는’ 행정이 아니라 ‘버는’ 행정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체육계에 ‘스포츠 경영’이라는 바람을 불어넣자. 지금 그 설렘 가득한 변화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