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최근 분양한 아파트의 조합원 입주권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길어지자 조합원들이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늘어나는 조합원 매물…'분양가 > 입주권' 단지 속출
9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분양한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3804가구) 전용면적 114㎡ 조합원 입주권이 이달 초 12억원에 거래됐다. 분양 당시 이 면적대의 분양가는 11억9800만원이었다.

광명시 철산동 A공인 관계자는 “이 입주권은 2억~3억원 정도 추가 분담금이 있는 매물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실제로는 14억~15억원가량 자금이 필요한 매물”이라며 “매수 시 당장 지급해야 하는 금액만 고려하면 분양가에 근접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조합원에게 무상 제공되는 발코니 확장 등 여러 옵션과 로열동 층 배정, 조망 등의 가치를 고려하면 일반분양가와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단지 전용 84㎡나 114㎡ 입주권을 매물로 내놓은 조합원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매수자들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매수 희망자는 일반분양가 수준이거나 되레 1억원 더 떨어진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만 찾는 분위기여서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수도권 내 다른 지역에서도 분양가를 밑도는 입주권 거래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말 입주를 앞둔 경기 부천시 부천일루미스테이트는 전용 59㎡ 매물의 입주권이 지난달 4억78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 분양권(4억7923억원)보다 123만원 저렴하다. 오는 7월 입주를 앞둔 수원시 인계동 수원 센트럴아이파크자이도 지난달 59㎡ 매물의 입주권(4억9500억원)이 분양권(5억1000만원)보다 1500만원 싸게 거래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조합원 입주권은 저렴할 때 매수해 현 시세로도 이미 차익을 본 조합원이 많아 가격을 조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측면이 있다”며 “하락장에서 분양가를 밑도는 입주권 매물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