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섭 前인간개발연구원장 "경영자에 인문학 통찰력 제공"
지난 14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 주말에도 정장을 차려입은 나이 지긋한 인사 2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이날 이곳에서 열린 행사는 ‘덕연인문경영연구원’ 개원식. 덕연인문경영연구원은 경영자와 문화·예술·인문학을 가교할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설립자는 한영섭 원장(69·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33년, 한국인간개발연구원장으로 10년간 활동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기업인 교육 및 인사관리(HR) 전문가로 꼽힌다.

한 원장은 이날 “노마지지(老馬之知)의 지혜로 경영자와 인문학을 접목해 기업에는 창의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아울러 문화예술 및 인문학 활성화에 기여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개원식에는 한 원장과 전경련 재임 시절 선후배 사이로 막역했던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을 비롯해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두상달 칠성산업회장 등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1979년 전경련에 공채로 입사한 한 원장은 2010년 전경련 국제경영원 부원장으로 퇴임하기까지 월례 조찬회, 최고경영자 세미나, 해외연수 프로그램 등 경영자 교육에 헌신했다. 퇴임 후 인간개발연구원으로 옮긴 뒤에도 경영자 대상 조찬회에 주력했다.

한 원장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 창의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이 포함된 인문학 공부를 체험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라는 단어에 들어가는 기(企)를 파자(破字)하면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라는 뜻”이라며 “기업은 물건만 잘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 뿌리가 곧 인문학”이라고 강조했다. 인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스티브 잡스처럼 기업이 아름다운 성장을 하려면 기업 경영에 인문학을 반드시 접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간개발연구원장을 내려놓고, 덕연인문경영연구원을 통해 인생 3막을 내딛는 한 원장은 첫 단계로 인간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인문쌀롱’ 행사를 진행한다.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매달 한 차례 미술 전시회 및 오페라·국악·클래식 공연 관람, 역사문화 탐방 등 다채로운 인문학 강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문학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한 원장은 기대하고 있다.

한 원장 자신도 인문학과는 뗄 수 없는 삶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시인이자 여행작가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은 팔방미인으로 활동 중이다. 2018년 시인으로 등단한 데 이어 여행 수필집 <세상의 문을 두드려라>를 펴냈다. 8년 전 뒤늦게 성악에도 입문한 그는 한 곡을 2000번 듣고 200번을 따라 부르는 반복 연습을 통해 독창회를 여는 열정을 보였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