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항공 대란을 일으킨 주범이 ‘파일 손상’으로 확인됐다. 해외에서 항공 시스템을 겨냥한 해킹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결항에 낡은 항공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연방항공국(FAA)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항공기의 전산 정보 체계인 노탐(NOTAM) 중단의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철저히 검토하고 있다”며 “초기 작업에서 이 중단을 추적하니 손상된 데이터베이스 파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해킹 의혹이 제기됐지만,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FAA는 “해킹 등 사이버 공격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도 “기술적 측면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며 사이버 공격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FAA의 노탐 오류는 10일 오후 3시께 발생했다. FAA는 백업 시스템을 활용하려 했지만 이날 저녁부터 메인 시스템과 백업 시스템 모두 다운됐다. 11일 오전 4시께 시스템을 수동으로 껐다 켜는 재부팅을 했다.


노탐은 활주로 폐쇄나 장비 고장 등 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항공기 기장과 승무원에게 발송하는 안전 시스템이다. 필수 운항 정보 시스템이 먹통이 되자 FAA는 안전을 위해 운항을 모두 중단시켰다.

FAA는 이날 오전 7시 30분 미국 내 모든 항공사에 출항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날 오전 9시께 중단 명령이 해제됐지만, 정상화에 시간이 걸리며 9000여편이 지연됐고 1300여편이 취소됐다. 항공 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1만여편에 달하는 항공기 운항이 지연된 건 20년 만에 처음이다. 2001년 9·11 테러 당시와 맞먹는 혼란이라고 설명이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시스템 내부 디지털 파일 하나가 손상된 게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FAA 관계자들은 미 의회에 손상된 파일이 메인 시스템과 백업 시스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FAA의 전산 체계가 노후화됐다는 지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거론됐다. 미국 여행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FAA의 재앙적인 시스템 오작동은 미국 교통망을 개선해야 한다는 걸 명확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하원 교통·기반 시설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릭 라슨 의원도 CNN 인터뷰에서 “FAA 기술 인프라의 현황에 의구심이 인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는 FAA 시스템 오류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성탄절 연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무더기 결항 사태에 이어 항공 대란이 일어나며 미 항공 시스템의 취약성이 부각된 상황이라서다.

민주당 소속 마리아 캔트웰 상원 상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사위원회가 이번 사태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태”라고 비판했다.

사태를 수습할 연방 항공국장이 현재 공석이란 점도 정쟁 대상이 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덴버 국제공항 최고경영자(CEO) 필립 워싱턴을 항공국장으로 임명했지만, 상원 상무위원회는 청문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 CEO가 항공 관련 경험이 부족하며 과거 로스앤젤레스 교통 당국 CEO를 역임하며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어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