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LX지인 인테리어 지인스퀘어 신세계 타임스퀘어점' / LX하우시스 제공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LX지인 인테리어 지인스퀘어 신세계 타임스퀘어점' / LX하우시스 제공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가구·인테리어 회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방산업인 부동산 시장이 집값 둔화 전망과 매수세 위축으로 얼어붙은 탓이다. 물가 급등과 금융비용 상승으로 일반 소비자들마저 지갑을 닫으면서 가구·인테리어 회사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금리 인상 국면이 마무리되고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야 가구·인테리어 회사들의 실적도 회복세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금융정보 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가구·인테리어 회사들은 전년 대비 악화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 1위 한샘의 경우 증권사들이 내놓은 지난해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는 45억원이다. 전년 영업이익이 692억원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한샘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41억원 적자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간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건 2002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전방 지표에 매출이 감소하고 마케팅 비용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말했다.

건설·인테리어 자재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LX하우시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365억원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전년 672억원의 반 토막 수준이다. 또 다른 인테리어 회사인 현대리바트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43억원으로 전년(202억원)에 비해 80%가량 급감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 인상에 부동산 거래가 위축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절대적인 주택 거래 자체가 줄어든 데다 이사 수요까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만373가구로 전월 대비 36.3%(2761가구)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는 76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2305건)에 비해 약 70% 줄었다.

가구·인테리어 업계는 주택 거래량이 줄면 리모델링이 수요가 감소하고, 신축 입주가 이어지지 않으면 가구 소비가 끊기는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이후 원자재 가격까지 계속 올라 가구·인테리어 회사들의 원가 부담까지 커졌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있지만 금리 인상 국면이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가 지나서야 가구·인테리어 회사들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특히 부동산 활황기 동안 경쟁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던 일부 회사들은 실적 악화 기간이 더 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가구·인테리어 회사들은 고육지책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나 자산 매각, 신사업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올 1월부터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한샘은 이사 자체가 줄어든 만큼 전면 인테리어보다 부분 시공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본사 매각도 검토 중이다. 확보한 자금으로 신사업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당분간 가구·인테리어 회사들의 자산 매각이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인력 재배치 등이 줄 이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