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가 3년 연속 300억달러를 돌파했다.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경기 둔화 위기 속에서도 민관 합동으로 신흥 시장 발굴에 주력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해외 건설 수주, 310억달러 달성…"2027년 500억달러 돌파"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한국 기업 319개사가 97개국에 진출에 총 310억달러(한화로 약 38조3590억원)의 해외 건설 수주를 기록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39%), 중동(29%), 북미·태평양(15%), 유럽(11%) 순으로 나타났다. 중동의 경우 전년 비중(37%)보다는 감소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산업설비를 중심으로 수주가 증가세를 띠고 있다.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36억7000달러), 사우디아라비아(34억8000달러), 미국(34억6000달러)로 집계됐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플랜트)가 예년과 마찬가지로 높은 비중(42%)을 차지했으며 건축(28%), 토목(19%), 용역(6%)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해엔 자동차·부품 생산, 반도체 제조, 원자재 가공 등 국내 제조 업체가 해외 생산설비 투자를 확대할 때 롯데건설이나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등 그룹 계열 건설사가 이를 시공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개발도상국 등에 한국이 차관을 지원하고 한국 기업이 사업을 수주하는 금융 연계 사례가 증가한 것도 지난해의 특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중소 기업의 수주금액이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회복된 것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에 민관이 협력하는 '원팀 해외 건설 수주 지원단'을 파견한 데 이어 올해도 이집트 등에 추가 지원단 파견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중견 이하 기업들의 시장 개척 기회를 제공하고, 금융 공기업들과 협력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올해 해외 건설 수주 목표를 350억달러로 잡고, 2027년엔 500억달러 달성을 이룰 계획이다. 범정부 차원의 수주 외교와 금융 지원·정보 제공으로 세계 4대 건설 강국 진입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박선호 해외건설협회장은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적인 전쟁 상황에서도 민관의 적극적인 수주 활동과 고위급 협력으로 해외 건설 수주 부문에서 선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