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 한도를 연간 무역보험 인수금액의 35%에서 50%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수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역보험이 본업인 무역보험공사는 “불필요한 경쟁 확대로 오히려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일각에선 두 기관이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9일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한도를 확대하는 수출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또 현지 통화로 사업을 할 경우에는 대출 연계 여부와 관련 없이 대외채무보증을 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행 법규상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지원은 자사 대출과 연계돼야만 가능한데 이를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대외채무보증은 해외 법인이 국내에서 물품을 수입하면서 구입대금을 국내외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을 때 이뤄지는 보증으로 ‘무역보험’의 일종이다. 기재부는 대외채무보증이 확대되면 국내 기업의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도 변경으로 수은의 보증 지원 규모가 연간 10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보는 수은이 외국계 은행과의 대출 경쟁에서 밀리자 무보의 업무를 뺏고 있다고 반발했다. 무보의 노조 관계자는 “기재부가 수출 확대를 명분으로 숙원 사업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이라며 “국익에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무보 노동조합은 “명백한 개악”이라고 논평했다. 무보는 그동안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무역보험에서 벌어들인 이득으로 중소기업에는 싼값에 무역보험을 제공해왔는데, 수은과 과당경쟁이 벌어지면 이런 방식의 영업이 위축되고 결국 중소기업에 대한 수출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은과 무보의 갈등은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힘겨루기 성격도 있다. 2021년 7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한도 확대 방침을 밝히자 유명희 당시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이에 홍 전 부총리는 “부처 이기주의의 전형”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지훈/정의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