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연하장을 공개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연하장에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못된 습관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갈등을 조장하는데 앞장섰던 대통령답다"고 31일 비판했다.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이 연하장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잊혀진 삶을 살겠다던 문 전 대통령이 완전히 잊힌 존재가 될까 봐 불안한 모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박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뒀다는 어느 진보학자는 굳이 지적할 것도 없이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다고 했다"며 "내로남불과 통계 조작에 사죄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시시때때로 목적성 목소리를 낸다"고 짚었다.그러면서 "대한민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문 전 대통령의 친정인 민주당"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사사건건 발목 잡고 경제 회복의 마중물을 차단하기 바쁘다. 이태원 참사를 정쟁으로 이끌며 국민의 슬픔을 철저히 이용한다"고 말했다.이어 "문 전 대통령은 참사의 아픔을 운운하기 전에 아비규환의 현장을 홍보 무대로 활용한 자당 의원에 대해선 왜 침묵하는가"라며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전직 대통령의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박 수석대변인은 "풍산개의 겨울이 어느 해 보다 추울 것 같다"며 "책임지지 않고 보듬어 주지 못한 문 전 대통령이 버린 곰이와 송강이 말이다"라며 파양 논란도 재차 끄집어냈다.앞서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신년 연하장을 공개했다. 연하장에는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치유되지 않은 이태원 참사의 아픔과 책임지지 않고 보듬어 주지 못하는 못난 모습들이 마음까지 춥게 한다. 경제는 어렵고, 민생은 고단하고, 안보는 불안하다. 새해 전망은 더욱 어둡다"고 적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됐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윤석열 정부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30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심심한, 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한 뒤 서울 논현동 자택 앞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많은 분들이, 특히 젊은 층이 저를 성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신 데 대해 지금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지난 3년간 국민 여러분, 기업하시는 분들이 어려움을 겪으셨다. 크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며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기도하면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이 전 대통령은 고령과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지난 27일 특별사면됐다. 수감된 지 4년9개월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이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역할을 해주시라”고 했고, 이 전 대통령도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도록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현장에는 이 전 대통령 측근과 지지자 200여 명이 운집했다. 현역 의원으로는 국민의힘 권성동·윤한홍·조해진·류성걸·박정하 의원 등 친이계 인사가 집결했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이명박 정부에서 공직을 맡았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임태희 경기교육감,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등이 자택 앞을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약 10분 동안 이들과 일일이 악수했다.여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어떤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권 의원과 장제원 의원 등 친이계 인사들이 여권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특히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25일 입원 중이던 이 전 대통령을 찾아가 만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권 의원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것이 결국 대한민국의 성공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잘해달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기획재정부가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1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기재부에 지시하자마자다. 윤 대통령이 기재부를 질책하는 듯한 발언을 한 걸 감안하면 정부가 세액공제율을 최소 10%대 혹은 그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 초 이런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8%도 높다던 기재부기재부는 지난 7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국가전략기술(반도체, 백신, 배터리)의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중견기업(8%)과 중소기업(8%)의 공제율은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계는 공제율을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로 늘려달라고 건의했고, 산업통상자원부도 공제율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기재부에 전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설비투자 공제율(대기업 기준)을 20%와 10%로 높이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하지만 기재부는 8% 세액공제율도 결코 낮지 않다고 버텼다. 일부 의원이 대만보다 지원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자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대만의 반도체 설비투자 공제율은 5%이고, 일본은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게다가 내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투자 증가분 세액공제(10%)를 더하면 최대 18%까지 세액공제가 된다고 했다.기재부는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여당안(양향자 무소속 의원 대표발의 법안)에 대한 세수 감소액을 추계한 결과 △2024년 2조6970억원 △2025년 2조8186억원 △2026년 4조4094억원 △2027년 4조4599억원 △2028년 4조6835억원 △2029년 4조8139억원으로 나타났다. ○尹 질타에 기재부, 부랴부랴 재검토결국 지난 2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원안이 통과됐다. 기재부가 워낙 완강하게 반대했고, 여야 모두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및 지역화폐 예산 부활 등에만 매몰돼 제대로 논의를 못 한 탓이다. 담당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수백 건의 법안을 2주 만에 ‘벼락치기’로 처리하면서 이 법안을 심사할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했다.본회의 이후 경제계는 기재부의 고집과 여야의 무기력을 질타했다. 특히 미국이 지난 8월 반도체투자 세액공제를 25%로 올리는 내용의 법안을 확정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반도체 지원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정치권에서도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야당보다 더 낮은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주장해 관철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기재부가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7일 “반도체 기업 등의 투자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추가적인 세액공제 방안을 내놓을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검토를 마친 뒤 공개하겠다”고 말했다.여기에 윤 대통령이 30일 “반도체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사실상 기재부를 질타하자 기재부 세제실은 곧바로 세액공제율을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1분기 임시국회에서라도 입법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적어도 야당안(대기업 기준 10%)보다는 더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여당도 정부가 법안을 발의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새 법안 처리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고 해서 여야가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까지 바꿔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도병욱/고재연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