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형마트 '10년 대못'부터 뽑아라
“내년에 평생 경험 못 한 위기가 올 것”이란 성기학 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 회장의 ‘제31회 다산경영상’ 수상(12월 7일) 일성은 섬뜩하다. 1974년 창업해 50년 가까이 전 세계를 누빈 그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단 한 번 적자를 내지 않은 장사꾼의 경고다. 무게감이 남다르다.

한편으로는 의문도 든다. 스멀스멀 밀려오는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를 애써 외면할 순 없다. 그렇더라도 그 파장이 칠순을 넘긴 기업인이 평생 보지 못 한 수준일 거라니, 과장은 아닐까.

“최근 수년간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이 언제까지 버티는지를 시험하는 것 같은 시도가 이어져 왔어요. 이제는 임계점에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와중에 다가오는 충격이니, 더 우려될 수밖에요.”

"구조적 위기가 터진다"

성 회장의 대답대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무차별적 주 52시간 도입, 과도한 노조 편향 등 문재인 정부 5년간 시장 원리를 벗어나 자행된 ‘좌편향’이 한둘이 아니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런 구조적 퇴행이 바로잡힐 듯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은 그 어느 정부도 손대지 못한 국민연금 개혁 의지까지 밝혔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박근혜 정부의 비극적 결말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건 세간에서 그럴싸하게 받아들여지는 추론이다. 훨씬 파급력이 클 국민연금을 손댄다면, 그보다 더 파격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실행 여부다. 벌써 “정치적 아군의 표를 의식해 말만 앞세우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제기된다. 선뜻 반박하기도 어렵다.

억측이라고만 보기 어려운 대목이 곳곳에 눈에 띄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정부는 2024년 총선을 딱 반년 앞둔 시기에 입법 심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표에 목숨 거는 정치인들이 통과시킬 리 만무하다. “정부는 할 만큼 했는데, 국회가 안 도와준다”고 핑계 대기 딱 좋은 스케줄이란 얘기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풀어야

이보다 훨씬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숙제인데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피한 전력이 있는 것도 꺼림직하다. ‘국정과제 1호’라며 당장 시행할 것처럼 하다 맥없이 물러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그렇다. 이 규제는 2012년 시작돼 딱 10년이 됐다. 소상공인 보호 효과는 별로 없고, 소비자 불편만 초래할 뿐이라는 연구 결과가 수없이 쌓였다.

폐지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7.8%가 “규제 완화에 찬성한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며 정면승부를 외면했다.

정부가 소상공인 등과의 협의회를 구성해 시간을 보내는 새 대구시가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돌파구가 열린 만큼 정부도 결단을 서둘렀으면 한다. 이 정도 규제 하나 속 시원히 못 풀면서 국민에게 ‘개혁 정부’라는 믿음을 얻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말만 앞세우고, 표팔이를 의식해 행동하지 않는 정부를 다시 보고 싶은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