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사로 동결 우려 자금 빼돌린 듯
김만배 '대장동 수익' 어디로…'헬멧남'과 수상한 거래도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이 사업에서 얻은 이익 중 260억원 상당을 은닉한 것으로 본다.

수익 상당수를 수표로 화천대유 계좌에서 인출해 숨기거나 부동산을 사들이는 방식이 동원됐는데,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 씨, 화천대유 이사 겸 전 쌍방울 그룹 부회장 최우향 씨가 김씨의 '옥중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검찰은 이들이 김씨 지시에 따라 대여와 변제, 투자 명목으로 '돈세탁'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구속해 자금의 행방을 추적한다는 계획이다.

김씨가 사실상 소유한 화천대유, 천화동인 1∼3호가 배당받은 대장동 수익은 약 1천987억원 규모로 민간 사업자 배당의 절반에 이른다.

◇ 김만배, '복심' 이한성 통해 수익 숨겼나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씨는 대장동 사건에서 등장하는 인물 중 김씨가 가장 신뢰한 '복심'이었다.

이씨는 2017년 6월 성균관대 후배인 김씨 권유로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김씨는 대장동 사업 배당이 시작된 2019년부터 이씨에게 천화동인1호(화천대유가 지분 100% 보유) 사내이사를 맡겼다.

1천208억원에 이르는 천화동인1호 배당금을 어떤 사업에 투자할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 이씨 업무였다.

이씨는 김씨의 통장과 도장, 인감을 관리하며 금고지기 역할도 했다.

2019∼2020년 김씨는 천화동인1호에서 473억원을 빌려가는데 이씨는 김씨 지시에 따라 대여금 인출을 관리하고 현금으로 출금해 김씨에게 건네줬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가 수사기관의 추징 보전 및 압류 절차에 대비해 대장동 수익을 빼돌리는 데 이씨가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본다.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한 은닉 수익은 260억원이다.

김씨 지시를 받은 이씨가 허위 회계 처리를 거쳐 수원 지역 땅을 사들이고, 배당금을 수표로 인출해 은닉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김만배 '대장동 수익' 어디로…'헬멧남'과 수상한 거래도
◇ '헬멧남'과 330억원 수상한 거래
검찰은 이른바 '헬멧남'으로 불리는 최우향 씨에게도 김씨의 수익이 부정한 목적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천화동인1호는 2020년 4월부터 최씨와 돈거래를 시작한다.

이때 최씨는 천화동인1호에서 돈을 빌려 며칠 만에 되갚는 방식을 반복한다.

이렇게 오간 자금은 약 330억원이다.

천화동인1호는 2020년 4월 8일 90억원을 단 하루 뒤를 변제기일로 대여한다.

같은 달 24일에는 90억2천만원을 빌려주고 사흘 뒤 갚는 내용으로 차용증을 썼다.

같은 해 6월 9일에는 최씨가 갓 개업한 회사 '에이펙스인더스트리'에 150억원을 빌려줬는데 이 역시 변제기일은 하루 뒤였다.

천화동인1호는 2020년 6월 29일 최씨 회사가 상장·비상장기업의 최대주주 지분 및 경영권을 인수하는 자금을 대여·투자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도 작성했다.

대여·투자 한도는 100억원으로 설정됐다.

합의서에는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최우향이 ㈜쌍방울 등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 보여준 경영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해 사업에 대여 또는 투자하기로 의사 결정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합의서 작성 엿새 전에도 천화동인1호는 최씨 회사가 비상장회사 인수에 쓸 자금으로 30억원을 대여한다는 계약서를 썼다.

이후 계약이 변경되며 실제 대여된 금액은 15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김씨는 천화동인1호에서 빌린 돈으로 2020년 2월 최씨 계좌에 20억원을 지급했고, 대장동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에는 화천대유에서 받은 배당금으로 30억원을 대여했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가 M&A 전문가인 최우향을 도와주기 위해 자금 대여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최우향은 매수자이기 때문에 항상 잔고증명이 필요한 상황이라 일시 자금 대출을 한 다음 상환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M&A 사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투자' 차원에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대여해 준 정상적인 거래였다는 취지다.

하지만 검찰은 최씨가 과거 쌍방울 주가 조작 사건에 관여한 이력이 있는 데다 그의 회사가 기업사냥 후 주가조작을 시도하는 회사라는 의혹을 받는 만큼 김씨가 최씨 회사를 돈세탁 창구로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만배 '대장동 수익' 어디로…'헬멧남'과 수상한 거래도
◇ 타운하우스 리모델링에 15억…인테리어는 동네 업자에게 맡겨
검찰은 천화동인1호가 법인 명의로 소유한 경기 성남 타운하우스에 거액의 자금이 투입된 경위도 주목하고 있다.

천화동인1호는 이 부동산을 2020년 1월 62억원에 매수했다.

타운하우스 사업을 염두에 둔 김씨가 모델하우스로 쓰려고 샀다는 게 이씨 설명이다.

천화동인1호는 타운하우스 매입 이후 매달 약 200만∼300만원의 관리비를 비롯해 내부 수리 등 인테리어, 조경공사, 가구 등 리모델링을 위해 2020∼2021년 약 15억8천만원을 썼다고 한다.

이 타운하우스의 인테리어를 맡은 이가 바로 김씨의 과거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가 13일 검찰에 체포됐던 A씨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공급면적이 433.59㎡(약 131평)에 달하는 최고급 주택단지 인테리어 공사를 성남 지역에서 소규모 업체를 운영하는 A씨에게 맡긴 것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씨가 A씨에게 인테리어 비용을 부풀려 지급한 뒤 다시 돌려받는 방식으로 부적절한 자금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만배 '대장동 수익' 어디로…'헬멧남'과 수상한 거래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