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리카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앞으로 3년간 총 550억달러(약 72조원)에 달하는 지원을 약속하며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美 "아프리카에 올인할 것"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아프리카 비즈니스포럼에서 “아프리카가 성공하면 미국도 성공한다”며 “미국은 아프리카의 미래에 ‘올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같이 성공하는 것’과 기회를 강조한다. 누구도 뒤에 남겨지지 않는 기회가 있는 미래를 만들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미국은 아프리카와의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아프리카 지역 정상 45명과 49개국 대표단, 아프리카 55개국으로 이뤄진 아프리카연합(AU)의 대표단이 이 회의에 참석했다. 미국과 아프리카가 정상회의를 개최한 건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2014년 버락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회의는) 국가 간 정치적 채무나 의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같이 성공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한 분기점이었다”고 말했다.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이 시작된 뒤 아프리카 각국의 채무가 급증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과 아프리카대륙 자유무역협정(FTA) 기구 간 업무협약(MOU) 체결 △빈국 지원 정책기금을 운용하는 미국 밀레니엄 챌린지 코퍼레이션을 통한 인프라 투자 지원 △미국 국제 개발금융 공사의 아프리카 디지털 전환(DX) 관련 3억7000만 달러 규모 신규 프로젝트 등을 공언했다. 총 15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를 비롯해 향후 3년 동안 총 550억달러를 아프리카에 투입할 계획이다. 향후 AU가 주요 20개국(G20) 가입할 때도 적극 지지를 표명할 방침이다. 이 조치는 아프리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입지를 축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고, 러시아는 최대 무기 공급 국가로 자리 잡았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 소통조정관은 이날 “아프리카 국가에 미·중 간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아프리카 국가들에 가해지는 중국의 악의적인 영향력을 조명하는 것은 (미국의 정책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가 중요한 5가지 이유

아프리카가 지닌 성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미국 최고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 7일 아프리카가 미국에 중요한 이유 5가지를 제언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무역 및 투자, 식량 안보, 보건, 디지털 전환(DX) 및 인프라에 관한 내용이다

아프리카가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는 배경엔 소비 시장이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인구감소로 골머리를 앓는 선진국과 달리 젊은 세대가 대거 유입되고 있어서다. 2100년께 아프리카 대륙이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까지 확대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아직 아프리카의 잠재력이 다 드러나지 않았다. 젊은 세대로 이뤄진 막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중산층이 급증할 것"이라며 "아프리카 시장은 2030년에 6조 7000억달러까지 성장한 뒤 2050년에는 16조 12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기회의 땅' 아프리카에 올인…中·러 견제 포석도
아프리카 개발을 통해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륙 내에서 대규모 토목 사업이 시작돼 일자리가 늘어나면 북아프리카 주민들이 애써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식량 안보의 경우 아프리카의 채무 상환과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식료품 및 비료, 연료비가 급등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의 채무 부담이 가중됐다. 식량 안보가 구축되지 않으면 이 지역의 식량난 해소에 주력해 온 미국도 수렁에 빠질 거라는 조언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의 농업 전문가와 아프리카 농부들과의 연계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아프리카 젊은 세대를 농업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했다.

아프리카의 보건 문제도 미국과 결부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프리카 사하라 남쪽 국가의 보건 지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2%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치(3.5%)에 못 미친다. 코로나19를 고려하면 전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방지하기 위해 초국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y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