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순간 구형…가전 한계, DX로 넘어라"
5600여 명. LG전자의 ‘디지털전환(DX) 역량 강화 교육’ 기본 과정을 수료한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사업본부 임직원 수다. H&A사업본부 임직원의 80%에 해당하는 수치다. H&A사업본부의 DX 교육 수료율은 LG전자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11일 LG에 따르면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LG전자에서 ‘DX 사관학교’로 통한다. 임직원의 DX 학습 열정이 다른 사업본부를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DX 역량을 활용해 혁신적인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가전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다.

H&A사업본부에선 지난해 3월부터 올 11월 말까지 DX 역량 강화 교육을 44회 진행했다. 가전 데이터를 분석해 신제품 적용 포인트를 찾아내는 ‘H&A Data Analysis(HADA)’ 과정은 350명이 넘는 H&A사업본부 임직원이 수강했다. 사전 학습과 현업 적용이 필요한 고난도 교육 과정임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숫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학 연계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부산대 한양대 UNIST(울산과학기술원) 등 3개 대학에 DX 관련 산학 연계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올해는 고려대가 추가됐다.

H&A사업본부가 DX 교육에 적극적인 건 류재철 사업본부장(사장·사진)의 영향이 크다. 그는 DX와 관련한 임직원의 역량 강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LG전자가 생활가전 세계 1위를 유지하기 위해 올초 제시한 ‘UP(업) 가전’ 전략과 DX 경쟁력이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UP 가전은 고객이 가전을 사용하면서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매 후에도 계속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 제품 기능이 업그레이드되는 게 특징이다. 이때 기초가 되는 게 DX다.

LG전자가 ‘LG 씽큐 앱’을 통해 고객 세탁기에 추가한 ‘종료 후 세탁물 케어’ 기능이 DX를 활용한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LG전자는 약 20만 건의 세탁기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세탁 후 부득이한 사정으로 세탁물을 바로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찾아냈다. 방치된 세탁물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세탁 후에도 세탁 통이 주기적으로 회전한다. LG 씽큐 앱에 등록한 고객 3명 중 1명이 이 기능을 추가했을 정도로 소비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는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23종의 UP 가전을 출시했다. 배포한 업그레이드 기능만 100개가 넘는다.

UP 가전이 H&A사업본부 실적 증가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H&A사업본부 매출은 30조4237억원으로 지난해(27조1105억원) 대비 1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소비 침체를 고려할 때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류 사장은 “UP 가전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내 삶을 더 편하게 만드는 가전이자 쓰면 쓸수록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내게 맞춰주는 가전”이라며 “사는 순간 구형이 되는 가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