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 정치가 권력을 잡는 법…신간 '우리와 그들의 정치'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극우 세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0월 '여자 무솔리니'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직에 올랐고, 9월 스웨덴에서는 네오나치에 뿌리를 둔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원내 제2당이 됐다.

6월 프랑스 총선에서는 극우 정치인 마리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이 우파의 간판이 됐고, 헝가리에서는 난민 반대와 자국 순혈주의를 주장하는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4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4선 고지에 올랐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브라질의 보우소나루는 지난달 대선에서 룰라에게 패배하긴 했으나 결선투표의 득표율 차이는 1.8%포인트에 불과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달초 극우정당 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이 약진하며 원내 제3정당이 됐다.

미국의 철학자인 제이슨 스탠리 예일대 철학과 교수는 책 '우리와 그들의 정치: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솔)에서 이처럼 극우 민족주의가 득세하는 나라에서 발견되는 권위주의적 지도자와 정치집단의 공통적 패턴을 분석한다.

저자는 이렇게 분석한 패턴을 '파시스트 정치'로 부르며 파시스트 정치가 권력을 얻기 위해 구사하는 10가지 전략을 파헤친다.

파시스트 정치가 권력을 잡는 법…신간 '우리와 그들의 정치'
저자는 신화적 과거, 프로파간다, 반지성, 비현실, 위계, 피해자의식, 법질서, 성적 불안, 전통에 대한 호소, 공공복지와 통합의 해체 등 10가지 전략의 공통점은 모두 '그들'과 '우리'를 분리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파시스트 정치는 여성, 소수민족, 노동자계급 등을 '우리'의 권리와 이익을 빼앗아가는 위험한 '그들'로 규정하고 분열을 유도한다.

'우리'는 근면하지만 '그들'은 게으르고, '우리'는 노력과 능력으로 지위를 얻지만 '그들'은 복지제도에 편승하거나 노조와 같은 부패한 기관을 고용해 정직하고 근면한 시민들의 급여를 뜯어간다는 주장으로 분열을 일으킨다.

저자는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권위주의 체제가 법과 시스템을 장악하면 '비정상의 정상화', '우리 대 그들'의 갈라치기, 가짜 뉴스와 현실 왜곡, 각자도생하는 사회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고 경고한다.

책의 배경에는 저자의 개인사가 깔려 있다.

저자의 부모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미국에 건너온 난민이었고 할머니는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수백 명의 유대인을 구출해낸 인물이다.

김정훈 옮김. 30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