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이 내년 초부터 한국을 비롯해 7개국 앱 개발사에 과도하게 부과해온 ‘앱스토어’ 입점 수수료를 인하한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취한다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소비자와 앱 개발사 사이에선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인하폭이 작고, 폐쇄적인 플랫폼 구조에도 변함이 없다는 지적이다.

'앱스토어 갑질' 논란 의식했나…애플, 수수료 부담 3%P 줄인다 [정지은의 산업노트]
애플은 한국 등 7개 국가에서 앱스토어 입점 앱 개발사에 공급가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가격 책정 방식을 바꾼다고 7일 발표했다. 그동안 앱 개발사는 공급가액의 33%를 애플에 앱스토어 수수료로 내야 했다. 공급가액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에도 30%의 수수료를 부과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인앱결제 수수료는 공급가액의 30%로 낮아지게 됐다. 변경된 방식은 정기구독 앱엔 이날부터, 나머지 대부분의 앱엔 내년 봄부터 적용된다. 애플코리아 측은 “2008년 앱스토어 출시 이후 개발사 수수료 책정 방식을 가장 큰 규모로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애플 갑질’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모바일게임협회는 지난 9월 애플이 앱스토어 인앱결제 수수료를 부당하게 계산해 개발사들로부터 약 3450억원을 더 챙겼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이고 미국 본사 임원과 면담 등을 진행했다. 애플은 그제서야 수수료율을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애플은 이날 앱스토어에서의 가격 구간도 기존 94개에서 900개까지 늘려 개발사들이 유연하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했다. 결제금액 한도는 최소 400원에서 최대 1600만원까지로 정했다. 원화 등 달러 외의 통화도 고를 수 있다. 개발사가 화폐 45종을 자유롭게 선택해 서비스 가격을 정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달러로만 요금을 매길 수 있어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이 들쭉날쭉했다.

이번 조치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국내 앱 마켓인 원스토어 수수료율(20%)과 비교하면 여전히 애플의 몫이 많다는 게 앱 개발사들의 중론이다. 수수료가 비싸다고 애플과 거래를 끊을 수도 없다.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으면 애플 스마트폰 사용자가 앱을 다운받을 수도, 다운받은 앱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할 수도 없다. 현재 국내에선 개인·기업·기관 1만7700여 곳이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배포하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