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가 더디던 확장현실(XR) 시장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서다. XR은 AR과 VR 등의 기술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쑥쑥 크는 가상현실 시장, 승부처는 디스플레이
7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내년 세계 XR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25억달러(약 3조3070억원)로 추산된다. 올해 시장 예측치(9억4200만달러)의 세 배에 육박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관측이다. DSCC 관계자는 “2027년 XR 시장 규모를 73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며 “내년 이후에도 시장이 매년 5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이르면 내년 2분기께 XR 헤드셋인 ‘리얼리티 프로’(가칭)를 선보일 전망이다. 소니는 내년 2월 자사 콘솔게임 컨트롤러에서 활용할 수 있는 VR 헤드셋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구글 등도 관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는 것은 XR 관련 디스플레이 기술이 변곡점을 넘었기 때문이다. 기존 XR 기기엔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가 주로 탑재됐지만, 최근 들어선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구현할 수 있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주목받고 있다.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와 ‘레도스(LEDoS·LED on Silicon)’라 불리는 마이크로 OLED, 마이크로 LED가 주인공이다.

올레도스와 레도스는 유리와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쓰는 기존 디스플레이와 달리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기판 위에 각각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LED(발광다이오드) 소자를 증착한다. 기판이 작아진 만큼 기판에 새기는 구동 회로 공정이 세밀해져 손톱만 한 작은 크기에도 고해상도와 높은 밝기(휘도)를 구현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레도스와 레도스를 모두 겨냥해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VR은 현실과 완전히 단절되는 가상현실을, AR은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가상 세계를 증강하는 개념이라 AR 기기에서 더 높은 스펙의 디스플레이를 요구한다”며 “VR 기기엔 올레도스가, AR 기기엔 레도스가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