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강경 대응' 전환 천명, 일각선 폭력성 경계
시멘트업계 출하량 평소 50% 미만…시름 깊어져

"안전운임제는 꼭 필요합니다.

화물차 운전자들의 생계와 안전을 위해 반드시 유지돼야 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엿새째로 접어든 29일 아침 충북 단양군 도담역 앞 공터에서 만난 60대 화물차주는 자신은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에 적용되는 안전운임제와는 무관하지만 화물연대에 힘을 보태기 위해 파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닭 가공육을 운송한다는 이 화물차주는 "평일에 보통 14시간 이상 일을 하는데, 운송회사에 지입료를 내고 보험료, 기름값 등 고정비용을 제하면 남는 것도 없다"며 "안전운임제 품목을 확대하고, 운송회사들만 배를 불리는 불합리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업에 참여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 100여명은 지난 24일 파업 돌입 이후 성신양회와 한일시멘트의 철도 수송에 사용되는 도담역 앞 대형 천막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르포] 파업 엿새째 단양 시멘트공장…업무개시명령에 긴장감
천막 안에 난로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 항상 천막 문을 열어놓고 있어 추위와도 싸워야 한다.

일부는 추위를 피해 차량 히터를 켜놓고 운전석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이날 밤새 내린 비로 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천막 주변에서는 몇몇 노조원들이 직접 조리한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인근 성신양회 단양공장 정문 앞에도 조합원 30여명이 비닐로 만든 임시 천막에서 밤샘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밤새 춥지 않았냐는 조합원 김모(50) 씨는 "따뜻한 집 대신 트럭에서 잠을 자는 시간이 많아 웬만한 추위는 견딜 수 있다"고 답했다.

성신양회 정문과 후문, 그리고 한일시멘트 출하문 앞은 파업 이후 덤프트럭 등 들고나는 대형 차량이 내는 소음과 화물연대 선전 차량의 확성기 소리 등이 뒤엉켜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각 출입문 주변에는 '당신들이 BCT 차량 움직이면 안전운임제 없어진다' 등의 글귀가 적힌 현수막도 어지럽게 내걸렸다.

조합원들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오늘보다 나은 내일 우리 함께 쟁취하자' 등의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여왔으나 그간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시멘트사들이 조합원들을 자극할 것을 우려,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등을 통한 육송 출하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또 화물연대도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의 수송을 막지 않았다.

화물연대와 시멘트사 간 암묵적 타협의 산물인 셈이다.

단양과 제천지역의 4개 시멘트사가 일제히 BCT를 통한 강제 출하에 나선 28일 이후에도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공장으로 진입하는 비조합원 화물차량을 막아서고 파업에 동참해 줄 것을 짧게 호소할 뿐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조합원들이 출하에 나서는 화물차를 향해 고성을 내뱉기도 했다.

[르포] 파업 엿새째 단양 시멘트공장…업무개시명령에 긴장감
이날 오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소식이 전해졌지만 조합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조합원 김모(45) 씨는 "톨게이트비, 기름값, 차량 수리비를 제외하면 하루 평균 15시간씩 일주일에 5∼6회 일해서 버는 돈은 200만∼300만원이 전부"라며 "최저 운임을 보장해주는 안전운임제까지 없어지면 생계유지가 안 돼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으로 파업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파업을 주도하는 화물연대 충북지부는 강경 대처를 천명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한일시멘트 출하문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삭발한 양승모 충북지역본부 직무대행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반협박'으로 규정하면서 "물리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시멘트 출하를 전면적으로 막겠다"고 강조했다.

충북지역본부의 한 간부는 "정부가 무리하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만큼 투쟁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지침이 정해지는 대로 그에 따라 실행에 옮길 방침"이라고 말했다.

[르포] 파업 엿새째 단양 시멘트공장…업무개시명령에 긴장감
일각에서는 파업 양상이 폭력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10년 경력의 화물차 운전기사 배모(47) 씨는 "일부 지역에서 비조합원 차량에 쇠 구슬을 던지는 등 파업 시위가 폭력적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운행에 나선 노동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평화적인 방법으로 설득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량 운행에 나선 비조합원들도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는 화물차 기사 조모(62) 씨는 "같은 분야에 일하는 동료로서 의리를 지키기 위해 그간 운행을 멈췄는데 생계유지가 되지 않아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며 "추운 날씨에 파업을 이어가는 동료 기사들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포천에 거주하는 화물 기사 유모(63) 씨는 "운임이 물가 상승분과 비교하면 충분히 보전되지는 않았지만, 아예 오르지 않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화물연대도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 한다"며 "일반 제품에 안전운임제 적용을 확대한다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군다나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지 말고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일단 받아들여 정부와 천천히 협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시멘트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하루 평균 1만1천t∼3만t의 시멘트를 출하해온 단양과 제천지역 시멘트사들은 화물연대의 파업 이후 철도를 통해서만 평소의 30∼40% 수준에서 제품 출하가 이뤄졌다.

육송 출하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지만, 비조합원 BCT 운전자들이 조합원과의 마찰을 우려, 운행을 꺼리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여전히 전체 출하량이 평소에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