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내 한 아파트 단지. 사진=한경DB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내 한 아파트 단지. 사진=한경DB
#.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있는 모 아파트에 당첨된 박모씨(33)는 계약일이 가까워지자 고민이 커졌다. 검단에 있는 집값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락하면서 분양가 보다 낮은 거래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박씨는 "내 집 마련이 목적이지만 시세 차익도 어느정도는 고려했다"라면서 "주변 새 아파트들 가격이 크게 내려 당첨을 포기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2기 신도시 가운데 하나인 검단신도시 집값이 빠르게 하락하자 이 지역 아파트 청약에서 당첨된 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세가 분양가와 비슷해지거나 분양가보다 더 낮아지면서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청약의 장점이 사라져서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한 단지는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민영주택)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공공분양주택) △제일풍경채 검단Ⅱ △검단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 2차 △인천 검단신도시 AB17BL 우미린 클래스원 등 5곳이다.

이들 단지 면적 가운데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전용 84㎡의 분양가를 살펴보면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공공분양주택) 4억4200만~4억5200만원 △제일풍경채 검단Ⅱ 4억7300만~4억7600만원 △검단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 2차 4억9800만~5억700만원 △인천 검단신도시 AB17BL 우미린 클래스원 4억6260만~4억7590만원 등 4억원대였다.
한 아파트에 분양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아파트에 분양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검단신도시 집값이 크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구 당하동 '검단SK뷰' 전용 84㎡는 지난 4일 4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해 3월 6억25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던 면적대인데, 불과 8개월 만에 1억9500만원이 내렸다.

같은 동에 있는 '파라곤센트럴파크' 전용 84㎡도 지난달 4억3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지난 9월 기록한 6억4000만원보다 2억100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원당동에 있는 '검단신도시 로제비앙라포레' 전용 84㎡도 지난달 3억9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 바로 전월인 9월 거래된 4억5000만원보다 6000만원이나 가격이 하락했다.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은 단지들이 쏟아지면서 박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현지 부동산 공인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원당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아지다 보니 당첨자들이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있다"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받아 차익을 누리는 청약의 이점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검단신도시 집값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당장 내달부터 2025년까지 검단신도시(당하·마전·불로·원당동)에 공급되는 물량은 1만2455가구에 달한다. 해당 기간 인천 서구 전체에 공급되는 물량이 2만6030가구인데 전체 물량에 거의 절반에 달하는 물량이 검단에 몰리는 것이다.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이 게재돼 있다. 사진=한경DB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이 게재돼 있다. 사진=한경DB
불로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미 공급 폭탄에 집값, 전셋값 모두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량이 해소될 때까진 가격이 부진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전국 민간아파트의 초기 분양률은 82.3%로 집계됐다. 2019년 1분기 81.7% 이후 가장 낮다. 전분기에 비해 5.4%포인트, 전년 동기보다는 15.6%포인트 하락했다.

초기 분양률은 신규 분양아파트의 초기 분양 기간(3개월 초과~6개월 이하)에 실제 계약이 체결된 가구 수의 비율을 말한다. 조사 대상은 HUG의 주택 분양보증이 발급되고 입주자 모집 승인을 받아 분양한 30가구 이상의 민간아파트다.

분양시장 분위기도 안갯속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1월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는 44.6포인트로 전월보다 7.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전국 평균이 50포인트가 넘지 않는 상황으로 분양 전망이 부정적이다.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이 쌓이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주산연 설명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