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정상들의 악수법
대대로 키 작은 사람이 많다는 중국 쓰촨성 출신인 덩샤오핑의 신장은 157㎝, 말년에는 152㎝에 불과했다. 마오쩌둥 주석 시절 마오가 자신의 의견을 말한 뒤 “반대하는 사람은 일어나시오”라고 하자, 덩샤오핑만이 유일하게 일어났다. 마오가 “일어선 키나 앉은키나 별 차이가 없으니 만장일치라고 하자”며 농반진반으로 넘어가려 하자, 덩은 책상 위로 올라가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자기보다 30㎝나 큰 185㎝의 로널드 레이건이 1984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다. 레이건이 악수를 청하자 덩샤오핑은 일부러 손을 아래로 내밀었다. 그 손을 잡기 위해 레이건은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었다. 덩은 리처드 닉슨·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할 때는 상대방의 눈이 아니라 가슴을 보면서 인사말을 했다.

역대 각국 정상 중에 악수법이 가장 고약한 사람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상대방의 손을 꽉 잡아 쥔 채 비틀듯이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악수하면서 눈을 부라리며 노려본다. 일종의 기선제압 수법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악수할 때는 아베의 손을 19초 동안이나 쥐고 흔들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손을 끌려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표정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결국 트럼프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복당했다. 2018년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 마크롱에게 손자국이 날 정도로 손을 세게 쥐인 트럼프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빼려 하고, 그 옆에서 마크롱은 윙크를 하고 있었다.

2017년 3박4일 중국 방문 때 두 끼만 빼고 내내 혼밥을 하면서도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고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라고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는 늘 이를 다 드러내 놓고 웃으면서 다가가 악수했다. 시 주석은 몸이 다소 뒤로 젖혀진 무표정한 예의 그 모습이다.

어제 아침 신문에 실린 윤석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사진은 초면의 두 사람이 서로 대등한 거리에서 악수하는 모습이다. 이어진 회담은 상호 입장차만 확인한 채, 25분 만에 끝났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