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선포 125주년 맞아 덕수궁서 11월 20일까지 특별전
고종과 그 시대 돌아보는 첫 전시…관람객 비추는 거울 배치도 주목
조선의 왕에서 대한제국의 황제로…다시 생각해보는 '황제 고종'
1897년 10월 12일 조선의 제26대 왕인 고종이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환구단에 나아가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

고종은 500여 년간 이어온 조선의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스스로 황제가 됐음을 만방에 알렸다.

열강들 사이에서 자주적으로 근대화를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대한제국 선포 125주년을 맞아 제1대 황제 고종과 그의 시대를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이달 12일부터 11월 20일까지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 1층 전시실에서 '황제 고종' 특별전을 연다고 7일 밝혔다.

제국주의 열강의 다툼 속에 격변의 시기를 겪어야 했던 고종을 다룬 첫 전시다.

조선의 왕에서 대한제국의 황제로…다시 생각해보는 '황제 고종'
전시를 여는 프롤로그 '고종, 회상의 시작'을 비롯해 총 6개 전시실에서 이뤄지는 이번 전시에는 고종의 사진과 기념 우표, 국새, 칙령(임금이 내린 명령) 문서 등 120여 점이 공개된다.

전시는 18세기 서구 열강이 동아시아를 침략하던 상황을 고종이 어떻게 인식했는지부터 시작한다.

1882년 만든 것으로 알려진 보물 '국새 대군주보(大君主寶)'가 대표적이다.

대군주보는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까지 쓰였는데, 고종이 대외적으로 국가의 주권을 표시하는 용도로 국가 간 비준이나 공식 문서에 자주독립국을 지향하는 '국새'로 쓰고자 만들었다고 한다.

덕수궁관리소의 박상규 학예연구사는 "갑오개혁을 전후해 국제 정세가 급변하던 시기에 고종의 현실 인식은 어떠했고 조선의 대응은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의 왕에서 대한제국의 황제로…다시 생각해보는 '황제 고종'
두 번째 부분인 '조선의 왕에서 대한제국의 황제로'는 국격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고종의 모습을 비춘다.

대한제국 황제가 되면서 도입한 구슬을 꿴 끈이 12개 달린 면류관, 황룡포 등을 볼 수 있다.

고종이 대한제국 황제로 즉위하는 과정을 정리한 '고종 대례의궤(大禮儀軌)'의 경우, 조선이 제국 체제로 나아간 이후에 만들어진 첫 의궤로서 시대적 상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전시에서는 을사늑약으로 사실상 국권을 빼앗긴 상황을 되돌리기 위한 저항도 주목할 만하다.

고종이 1907년 7월 의병을 일으켜 저항하라는 명령을 내린 칙령서, 1914년 국권 피탈 후 고종의 밀명으로 조직된 독립의군부의 부참모관을 임명하는 칙명 등을 보며 당대 상황을 추측해볼 수 있다.

조선의 왕에서 대한제국의 황제로…다시 생각해보는 '황제 고종'
전시는 일제의 강요로 퇴위한 뒤의 고종과 그의 죽음 이후를 조명하며 마무리된다.

이번 전시는 3·5전시실 두 곳에 큰 거울을 설치한 점이 돋보인다.

특히 마지막 5전시실에서는 고종의 젊은 시절과 만년의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 사이에 거울을 배치해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박 학예연구사는 전시장 입구에 있는 개요 판(패널) 제목이 '정직한 만남'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는 고종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제대로 된 시선에서 평가하는지 생각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전시는 덕수궁 휴궁일(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에 볼 수 있다.

조선의 왕에서 대한제국의 황제로…다시 생각해보는 '황제 고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