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시진핑, 푸틴의 우크라 침공 성공하리라 예상했을 것"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편을 들었던 오판 이후 태도의 재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전날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행사에서 "시진핑은 푸틴에게 백지 수표를 줬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했음에 틀림없다"며 "시진핑은 재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 초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양국 간 '제한 없는' 파트너십을 천명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시 주석이 '제한 없는' 파트너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오는 16일 개막하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조금은 미국 쪽으로 기울어질 무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한동안 중국에서는 이와 관련해 '침공'이나 '전쟁'이라는 단어가 금기시됐으며, 중국 정부는 러시아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강력 항전 속 전쟁 7개월이 지나도록 러시아는 승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달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시 주석은 서방이 러시아를 상대로 한 것처럼 중국에 대항해 반대의 벽을 세우는 것은 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 주석이 가공할만한 적수이며 강력한 중국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굳건한 신봉자로, 여전히 미국과의 긴장 완화보다는 자국 내 국수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설사 긴장이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군사력 증강을 늦추지는 않으리라 전망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다른 역사와 세계관을 가진 미국과 중국 간 적대감은 특히 전쟁이 점점 더 인공지능(AI)에 의해 주도되는 시대에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닉슨 정부와 그 후임 제럴드 포드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등을 지냈다.

이 기간 중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물밑 외교전을 펼친 인물이다.

특히 완고한 반공주의자였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72년 베이징을 전격 방문해 마오쩌둥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이를 계기로 1979년 1월 1일 양국 수교로 이어지는 성과를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