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년 만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손질함에 따라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수혜가 장기 보유 1주택자와 지방 아파트에 집중된 반면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 감면 혜택폭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신중한 반응이다.

국토교통부가 29일 발표한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에 대해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시장의 요구 사항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면제 금액과 부과율 구간에 대한 개선은 시장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 같다”며 “이번 조치로 향후 시장의 혼선을 줄이고 과다한 재건축 부담금 부과로 인한 재건축 사업 위축·지연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택 공급 확대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지방 재건축 예정 단지들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담금이 1억5000만원 이상인 단지의 경우 최대 감면액이 8500만원에 그친 부분은 향후 서울 강남, 한강변 등 핵심지 재건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부담금이 1억5000만원이라면 8500만원의 감면율이 57%에 이르지만, 부담금이 4억원인 경우에도 동일 감면액이 적용돼 감면율이 21%에 그친다.

지난 7월 7억7000만원의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서울 이촌동 한강맨션의 경우 기준 변경 이후에도 8500만원만 줄어 부담금이 6억8500만원에 달한다. 단 10년 이상 장기보유 1주택자라면 여기서 추가로 최대 50%까지 감면을 받을 수 있으나 주요 재건축 단지의 1주택 비중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조합원 간 현격한 부담금 차이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앞으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부담금이 10억원을 넘을 수 있는데, 부과기준 개편에 따른 감면율은 10%에도 못 미친다”며 “장기보유 1주택자로 대폭 감면을 받는 조합원과 다주택 조합원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하고 공사비가 급등하는 상황이라 이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규제 완화가 재건축 시장의 분위기를 급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 공포로 주택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어 지속적인 호가 상승이나 얼어붙은 주택 구매 심리 회복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