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중복집회 해법 연구용역 착수
소녀상 둘러싼 자리다툼 2년 3개월…충돌격화에 경찰 고심
최근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보수단체와 반일단체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시위 장소를 둔 자리다툼이 다시 격화하는 양상이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일대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2020년 6월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28년 동안 '수요시위'가 열린 소녀상 앞에 집회신고를 내면서부터 시작됐다.

자유연대는 수요시위를 진행해 온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횡령 의혹이 불거진 그해 5월부터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종로경찰서 집회 신고 대기실에서 불침번까지 서 왔다.

그로부터 수요시위는 2년 3개월째 소녀상 주변을 전전하고 있다.

소녀상 앞에서는 반일행동이 수요시위와 별개로 박근혜 정부가 2015년 아베 정부와 맺은 '한일합의' 폐기를 촉구하며 7년째 1인 철야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2020년 6월 24일 수요시위가 처음 소녀상 앞에서 밀려나자 전날 미신고 연좌농성을 벌였다.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19일 서울중앙지법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반일행동의 농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녀상 철거', '정의연 해체' 등을 주장하는 보수단체가 소녀상 앞에 집회신고를 내고 있어 마찰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종로경찰서는 이 일대에 연중 내내 경찰관을 두고, 수요시위 현장에 경찰부대를 배치하고 있지만, 기습집회로 인한 충돌까지 막기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11일 밤에도 돌발집회를 연 신자유연대가 철야농성 중인 반일행동 측과 충돌했고, 이날 반일행동 회원 한 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이런 물리적 싸움은 작년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두 단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종로구 집회금지 조치가 해제된 직후에도 한 차례 충돌했다.

양측은 경찰이 상대측의 집회 방해행위를 방조하고 있다며 각각 고소·고발에 나선 상태다.

자유연대와 신자유연대는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에 경찰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반일행동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명예훼손 및 직무유기로 고소했다.

한편, 지난 11일 보수단체가 최근 수요시위가 열리는 경복궁 주유소 앞에서 내달 12일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해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남은 소녀상 일대를 보수단체가 모두 차지하는 셈이라 소녀상이 아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요시위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집회장소를 다 선점하고는 소수 인원만 있다가 오는 건 명백한 허위 신고인데도 경찰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오는 19일 반일행동의 집시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중복집회 관리방안 마련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관리를 위해 관할서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중복집회 문제 해결방안과 관련해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