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제외한 주요 아시아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최저치로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자국 통화 가치 하락)를 이어가자 각국 중앙은행이 환율 안정화를 위해 달러를 내다 판 영향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자료를 인용해 인도, 태국, 한국 등 중국을 뺀 아시아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7개월치 대외 결제가 가능한 수준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2020년 8월 16개월치, 올해 초 10개월치에서 꾸준히 감소했다.

아시아 외환당국은 Fed의 공격적인 긴축에 따른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달러 매각에 의존해왔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달러 강세로 유로화 등 다른 외화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것도 외환보유액 총액 감소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양의 달러를 팔아치운 국가는 인도(810억달러)로 나타났다. 태국과 한국은 각각 320억달러, 270억달러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130억달러)와 말레이시아(90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로 보면 태국의 감소폭(-5.5%)이 가장 컸다. 이어 말레이시아(-4.3%), 인도(-3.7%), 필리핀(-3.1%), 인도네시아(-1.8%), 한국(-0.9%) 순으로 나타났다.

일종의 '외화 비상금'이 빠르게 고갈되면서 외환 당국의 개입을 통한 환율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달러에 대한 태국 바트화 환율은 올 들어 9.3% 상승(바트화 가치 하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인도 루피화·달러 환율은 6%가량 올랐다. 스탠다드차타드 싱가포르 법인의 아세안 외환시장 책임자인 디비아 데베시는 "외환보유액 감소로 인해 자국 통화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개입이 앞으로 더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투자자들이 아시아 시장의 빠른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보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앞선 외환위기 때 보다 상황은 나은 편이라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