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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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전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고 금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피해자 4명중에 3명은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진 집값에 어쩔 수 없이 세입자로 들어간 2030세대들이 집값 약세에 '깡통전세' 피해자로 내몰린 셈이다. 피해자들의 주거형태 대부분이 '갭투자'한 빌라(다세대 주택)에 몰려 있었다. 갭투자를 악용한 임대사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지난 7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보고된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의 후속 조치였다.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앞으로 전세계약 체결 직후 집주인의 해당 주택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이 금지된다.

8월 전세보증금 사고건수 511건·사고금액 1089억원 '역대급'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1089억원, 건수는 511건으로 집계됐다. 사고 금액과 건수가 각각 1000억원, 500건을 넘은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었다.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최다치였다. 월간 기준으로도 이전 최대 기록은 지난 지난 7월(872억원·421건)이었다.

사고액은 HUG의 실적 집계가 시작된 2015년부터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 정도였다. 그러다가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지난해 5790억 등으로 급증했다. 올해 1∼8월에는 이미 5368억원에 달해 지난해 사고액을 넘어설 전망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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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건수는 398건, 보증금 액수(대위변제액)도 지난달 83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 6월(570억원) 대비 45.6% 늘어난 수준이다.

이처럼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보증금이 모두 급증하고 있다.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으로 인한 공적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상품은 공공 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고 있다.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이들 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가입자(세입자)에게 지급(대위변제)해준다.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집주인의 자금융통 문제로 일시적으로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정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갭투자를 통해 '임대사기'까지 확산되는 이른바 '악성 임대인'(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으로 인한 피해가 집중됐다. 악성임대인은 세입자에게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관리 대상에 오른 이들이다. HUG는 작년부터 전세보증보험 채무자 가운데 대위변제 건수가 3건 이상이고, 미회수액이 2억원을 넘으며, 상환 의지·이력이 부족한 집주인을 악성임대인으로 규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전세금 받아 빌라 대거 갭투자…1인당 평균 피해액, 2억원 넘어

"빌라 전세 사는 것도 서러운데"…2030들 피눈물 난다
악성 임대인은 빌라 분양업자·중개업자와 짜고 전세보증금을 부풀린 뒤 세입자를 끌어들인다. 이 보증금을 밑천 삼아 갭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매입하는 주택 대부분이 서민들의 대표 거주지인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주택에 집중됐다.

이러한 악성 임대인은 지난 7월 말 기준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총 203명에 달했다. 지난해 5월(108명) 100명을 넘은 데 이어 1년 2개월 만에 200명 선을 넘었다. 전체 악성임대인 203명이 떼먹은 보증금은 약 7275억원에 달하지만, HUG가 회수한 액수는 14% 수준인 약 1018억원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미회수액이 100억원 이상인 악성임대인은 14명인데, 이 중에는 578억원(285건)의 보증금을 떼먹은 집주인도 있다.

악성임대인에게 피해를 본 세입자 중 30대 이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30대 이하의 사례가 2808건으로 전체(3761건)에서 74.7%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들의 피해 보증금은 총 5809억원으로 전체 피해액(7824억원)의 74.2%에 달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피해액은 2억원이 넘었다.악성 임대인들로부터 피해를 본 임차인 4명 중 3명은 2030 세대인 셈이다.

한편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전세계약 체결 직후 집주인의 해당 주택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이 금지된다. 전세계약을 맺기 전 집주인은 임차인에게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되는 체납 세금이나 대출금 등이 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주택도시기금에서 1억6000만원까지 연 1%대 저리로 긴급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자금이나 거주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에게는 HUG가 관리하는 임대주택 등을 최장 6개월까지 시세의 30% 이하로 거주할 수 있도록 임시거처로 지원한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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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율이 높아 '깡통전세'가 우려되는 지역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수도권의 경우 동(洞) 단위로 전세가율을 공개하고, 보증사고 현황과 경매낙찰률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서울을 시작으로 내년 서울·경기·충청 등 3곳에 변호사, 법무사 등을 상주하는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설치한다. 변호사, 법무사 등을 상주시켜 전세 관련 상담과 피해구제 및 지원에 나선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2030세대 등을 위해 내년 1월까지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app)'도 출시할 예정이다.

경찰청이 발표한 최근 3년간 기획 수사를 통한 전세 사기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세 사기 피해자는 1351명, 검거 인원은 495명이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고액도 지난 7월 87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