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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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개봉한 지 1년이 된다. 전 세계적인 흥행으로 ‘K컬쳐’열풍을 일으킨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 1억 가구 이상 시청하고, 약 1조원의 수익을 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시(LA)가 지난 9일 이날을 ‘오징어게임의 날’로 선포했을 정도로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징어게임 열풍의 열기가 여전하다.

오징어게임의 선풍적인 인기와 그에 따른 수익은 그러나 연출‧각본을 쓴 황동혁 감독이나 작가진 등 저작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수익의 거의 대부분은 제작사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의 몫이다. 최근 시즌2 제작이 확정됐지만 역시 비슷한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와 황동혁 감독 등이 계약을 맺을 때 적용되는 ‘국내법’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다.

현행 저작권법은 특약이 없는 한 영상의 창작자는 저작권을 제작사에 양도한 것으로 추정한다. 공동 저작물인 영상물은 유통 편의를 위해 저작권을 제작사에 넘겨주는 관행이 보편화돼 있다. OTT나 방송 등에서 아무리 여러 번 방송을 틀어도 영상물 감독‧작가들이 저작권료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작가조합에 소속된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옥자’가 스트리밍될 때마다 그에 따른 일정한 퍼센트, 즉 저작권료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의 전 세계적 성공으로 수십년간 국내 문화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영상물 저작권 보호에 대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영상 창작자 즉 작가와 감독 등이 저작자로서의 위치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영상저작물의 저작자 중 타인에게 그 영상물의 지적재산권을 양도한 자’일지라도 ‘복제‧배포‧방송‧전송 등의 방식으로 최종적으로 공중에게 제공하는 자가 그 영상저작물을 제공한 결과 발생한 수익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국제저작권권리단체연맹에서 전 세계에 징수한 저작권료 중 국내로 들어와야 할 저작권료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관련 법 근거가 없어 유럽과 남미에선 규정에 따라 한국 감독·작가에게 보내야 할 돈이 각국 저작권공동관리단체(CMO)에 쌓이고 있다. 2020년 기준 징수액은 8261억 원으로 이중 국내 몫이 1% 이상 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이 같은 법 개정을 통해 국내 영상물 창작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K컬처’에도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법인 창경의 저작권법 전문 김정현 변호사는 “저작권 양도 계약의 경우 창작 기회가 절실한 감독, 작가와 같은 창작자와 제작사 사이에 존재하는 협상력의 불균형과 수익 정보 비대칭성으로 대등한 계약 협상이 어렵다”며 “창작자 보상에 관한 불공정 상황은 단순히 창작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주요국도 2010년대 후반부터 저작권자 권리보호를 위한 입법을 단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할리우드 노동조합들이 플랫폼과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창작자들의 저작권료(재상영분배금)를 보장한다. 유럽‧남미에선 어떤 형태로든 영화가 상영되면 창작자에게 수익 일부가 돌아가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한편 지난 31일 유 의원과 여야의원이 대거 참여해 개최한 관련 토론회에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민주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김윤덕 의원, 국민의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이용호 의원과 전 문화체육부 장관 도종환·황희 의원, 한국영화감독조합(DKG) 소속 감독들이 참석해 법안 통과를 공개 지지했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조만간 유사한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며 “유정주 의원 안과 통합심사 등을 거쳐 올해 정기국회 내 법 통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