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민호와 7살 슬기 남매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한다. 낯선 방에서 잠드는 게 무서운 민호는 스스로 ‘겁쟁이’라고 생각한다. TV 보는 것을 좋아해 광고를 줄줄 외우는 유치원생 슬기는 ‘테레비짱’이다. 말괄량이 슬기는 늘 민호를 약올리고, 민호가 엄마에게 혼나도록 만든다. 매일 티격태격 싸우는 현실 속 남매.어느 날 민호와 슬기는 동네 놀이터에서 10살 뭉치를 만난다. 뭉치는 비비탄총을 쏘며 남매를 위협한다. 남매는 겁을 먹지만, 장난감 총을 갖고 싶어 하던 민호가 뭉치에게 비비탄총과 자기 자전거를 바꾸자고 제안하면서 셋의 관계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총을 싫어하는 민호 엄마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뭉치도 아빠에게 자전거를 훔쳤다는 오해를 사면서 매를 맞는다. 설상가상 학원을 빼먹고 놀던 뭉치가 하수구에 집 열쇠를 빠뜨리면서 상황은 점점 더 꼬여만 간다. 어린이 뮤지컬 ‘우리는 친구다’(극단 학전)는 여러 일을 겪으면서 세 아이가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 부모님의 잔소리와 체벌, 엄마 아빠의 다툼,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 등 아이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민호와 슬기, 뭉치는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서 어느덧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의젓한 어린이들로 성장한다. 이 작품은 가족 간 사랑이나 형제자매 사이의 우애, 친구와의 우정을 교훈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어린이들이 쓰는 말투와 행동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유쾌함과 재미도 빠뜨리지 않았다. 어린이로 변신한 배우들이 놀라운 연기를 펼치고 3인조 밴드가 공연 시간 1시간50분(10분 휴식 시간 별도) 동안 쉼 없이 곡을 연주한다. 콘트라베이스, 기타, 타악기 등이 만드는 리듬에 맞춰 어린이와 어른 관객 할 것 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손뼉을 치게 된다. 민호의 방 2층 침대가 놀이터의 미끄럼틀로 변신하는 무대 세트도 흥미롭다. 5세 이상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생까지 다 즐길 만한 작품이다. 짧지 않은 공연 시간이지만 어린 관객들도 무대에 집중하면서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동화 같은 판타지 뮤지컬에만 익숙한 관객이라면 이번 가을 도전해 볼 만한 작품이다. by 문혜정 기자공연 기간 ~2022년 10월 30일(추석 연휴 공연)공연장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공연 시간 120분(인터 미션 10분)가격(정가) 어린이 2만 원, 어른 2만5000원 (할인 및 패키지 가격은 예약 사이트에서 확인)
친구의 마음을 알고 싶나요? 마음의 표정을 읽는 아이들 저 자 장인혜 출판사 한국경제신문 마음 언어 수업으로 유명한 이네쌤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동화로 썼다. ‘불편한 친구들과 어떻게 같은 반에서 지내지?’ ‘상처 주는 행동엔 어떻게 대처하지?’ 등 초등학생 시절 한 번쯤은 마주하는 문제 상황에서 싸우지 않고 지혜롭게 해결하는 법을 알려준다. 시시각각 느끼는 생각과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나쁘고 불필요한 감정은 없다. 친구의 마음을 알아채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게 어려울 때 이 책이 길잡이가 돼 줄 것이다. 학교 및 일상생활 속 에피소드를 통해 나는 왜 기분이 좋았고 나빴는지, 친구의 마음은 어땠을지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 시를 재미있게 배워볼까 이상한 낱말 사전 저 자 박성우 출판사 비룡소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백석문학상을 받은 박성우 시인이 기발하고 신선한 방식으로 낱말을 뒤집는다. 재미난 상상이 더해진 시에 네 컷 만화와 숨은그림찾기 등을 붙여 낱말들의 의미를 넓히고 독자들의 생각을 키워 준다. 소극적인 시 읽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놀이 활동까지 할 수 있다. 양말, 젓가락, 축구공, 가위, 형광등 등 주변에서 쉽게 보아 넘길 수 있는 작은 사물을 시의 소재로 삼는다. 짝을 잃어 슬픈 양말, 유리창에 부딪히기 직전 공포를 느끼는 축구공, 늦게까지 켜진 채 불면증에 시달리는 형광등까지. 재미있는 시를 읽고 있으면 자연스레 시를 따라 짓고 싶어진다.
추석 차례상에 전이나 부침개 등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기본 음식은 송편 등 많아야 아홉 가지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이번 표준안의 핵심은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명절 음식 준비 중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전 부치기 연례행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전을 올리는 것이 예법에 어긋난다는 기록도 있다는 게 성균관의 지적이다. 성균관 측은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따르면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고 소개했다.차례상에 올리는 전체 음식 가짓수도 최대 9개면 충분하다고 했다. 표준안에 따르면 간소화한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술 등 아홉 가지다. 여기에 육류, 생선, 떡 등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차림을 하는 것도 가족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는 설명이다.성균관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의 ‘악기’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그간 차례상 예법으로 여겨진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은 예법과 관련한 옛 문헌에 없는 표현이라는 점도 소개했다. 상을 차릴 때는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성균관 해석에 따르면, 사당이 없는 일반 가정에서는 조상의 위치나 관계 등을 적은 지방을 두고 제사를 지냈지만 조상의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된다. 아울러 차례와 성묘의 선후도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면 된다.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는 가정도 있고, 차례를 지내지 않고 우선 성묘하는 가정도 있는데 상관없다는 것이다.특히 전통 제례의 격식을 떠나 고인이 살아생전에 즐겨 드시던 밥과 김치, 토마토, 과자 등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것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성균관의 해석이다. 살아 계실 때 먹지 않았던 음식으로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오히려 지나친 예법을 강조하면서 차례 본연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최영갑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은 “명절만 되면 ‘명절증후군’과 ‘남녀차별’이라는 용어가 난무하고 심지어 명절 뒤끝에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도 유교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에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유교 예법서 등을 근거로 이 같은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마련했다. 성균관 측은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일반 시민 1000명과 유림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일반 시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았다. 시민의 49.8%는 차례를 지낼 때 사용할 음식의 적당한 가짓수가 ‘5~10개’라고 봤다. 적당한 차례 비용으로는 일반 시민은 10만원대(37.1%), 유림은 20만원대(41.0%)를 가장 많이 꼽았다.강영연/구은서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