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사옥.(사진=한국경제신문)
현대‧기아차 사옥.(사진=한국경제신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피해주로 인식돼 왔던 현대차기아 주가가 상승 시동을 걸고 있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물량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2분기보다 3분기의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더 커 3분기 실적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견조한 수출 데이터와 강달러 수혜가 기대되는 자동차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일 전 거래일 대비 1000원(0.51%) 오른 19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도 전 거래일보다 600원(0.75%) 상승한 8만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일주일동안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각각 1.55%, 2.41% 올랐다. 지난 8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소식에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두 회사가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 수는 총 57만4681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4만9224대, 해외에서 28만55700대를 판매했으며 기아는 국내 4만1404대, 해외 19만8483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현대차의 해외 판매는 14.7% 증가했다. 국내 판매는 3.5% 줄었으나 전체로 보면 전년 동기보다 11.6% 늘었다. 기아는 해외 판매와 국내 판매 모두 각각 12.6%, 1.0% 증가했다. 전체로는 10.4% 늘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신차 가격 인상과 산업 대비 현저히 낮은 인센티브를 지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및 유럽에서 시장점유율(M/S)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사는 3분기에도 컨센서스를 압도하는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이후 도매 판매량의 반등과 맞물려 실적 기대감은 점차 고조될 전망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8월 판매는 공급망 차질과 반도체 부족이 개선되며 7월의 호조세를 이어갔다"며 "실적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2분기보다 3분기의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더 크고 물량이 비수기임에도 오히려 증가해 9월에도 현재의 상황이 둔화되기보다 더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IRA 통과 후 현대차와 기아는 피해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는 과장된 리스크일 뿐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조기에 전기차(EV) 현지 생산을 검토 중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자동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차를 기존 공장에서 생산, 2024년 하반기에는 신 공장 가동이 예상된다.

현대차 알리바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아이오닉 5, EV6, EV9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라인 전환에 소요되는 시간은 3개월 수준으로 배터리 조달이 이슈가 될 수 있으나 미국에 생산 시설을 갖춘 한국 배터리 회사와 협업이 전망된다.

원화 약세 또한 긍정적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1330원)은 2021년 평균 환율(1144원) 대비 15% 절하된 상태다. 테슬라 차량과는 1만5000~2만달러 가격 차이로 보조금이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의 경우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로 인해 세액공제의 50%인 3750달러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750달러는 아이오닉 5와 EV6의 가격 대비 7~8% 수준으로 이는 원화약세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수요 고성장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M/S 성장 스토리가 부각될 것"이라며 "8월 말에 아이오닉 5, EV6에 필요한 전력 반도체 품질 문제가 해결되면서 미국 전기차 M/S는 11월부터 다시 2위로 복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