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첫 여가장관…여성사학회 6월호 논문 기고
"여가부 폐지시 지역정책에서 성평등 관점 사라질 것"
정현백 전 장관 "여가부 쪼개기는 후퇴, 위원회 축소도 무책임"
문재인 정부의 첫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정현백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논문 기고를 통해 여가부 개편안으로 거론되는 '부처 쪼개기'나 '여성위원회로의 축소'는 무책임하다는 의견을 냈다.

28일 여성계에 따르면 정 전 장관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싼 논란과 그 사회적 의미'라는 제목의 비정규 논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인구(미래)가족부로 간다는 큰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고, 이에 따라 부서 쪼개기가 이뤄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러나 여가부 업무를 여러 부처로 쪼개면 정책 수혜자인 여성·청소년·아동·가족의 안전과 복지를 위험에 빠뜨리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전 장관은 구체적으로 "그간 경험에 비춰보면 고용노동부는 직장 성차별을 적극적으로 감시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는 지금도 비대한 규모의 보건이나 복지 업무에 더해 돌봄과 가족지원까지 추가되면 이 업무는 필시 주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얼마 전까지도 법무부는 성착취피해 아동이나 청소년의 피해자화를 반대했고, 폭행·협박이 없는 강간죄 인정에도 소극적이었다"며 젠더 폭력 관련 업무의 법무부로의 이관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봤다.

이어 "교육부는 학교 내 청소년문제만으로도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어, 여가부가 담당하던 학교 밖 청소년이나 가출 및 위기 청소년의 지원과 보호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정 전 장관은 여가부를 폐지하고 위원회를 신설해 성평등 업무를 총괄하는 방안 역시 성평등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예산도 없고, 인력도 없고, 사업 집행 권한이 없는 정부 위원회로는 성평등정책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과거의 경험에서 입증됐다"며 "김대중 정부 시절 여성계의 집요한 요구로 여성특별위원회가 여성부 신설로 갔던 과정을 환기한다면 위원회 안이 얼마나 무책임한 기획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가부 폐지가 직면할 가장 큰 위험으로 지역정책에서 성평등 관점이 사라지거나 여성정책이 축소되는 것을 꼽았다.

정 전 장관은 "특히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지역사회에서 여가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성별영향평가사업이나 양성평등 교육이 사라질 경우, 성적 불평등을 점검할 정책 수단이 사라지고 젠더정책 관련 예산도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여성학자들은) 여가부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상당 정도는 작은 예산과 적은 인력을 지닌 미니 부처로서의 한계에 기인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처의 확대·강화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덧붙였다.

여가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지난 5월 17일 부임한 김현숙 장관도 "공약 이행은 명확하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해왔다.

다만, 여가부는 정부조직법 개정 및 조직개편 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며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밑그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