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새는 에너지 잡아라…삼성·LG ‘고효율 가전’ 전쟁
최근 가전업계는 전력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부품 소형화 등 해법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 한경DB
최근 가전업계는 전력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부품 소형화 등 해법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 한경DB
최근 가전업체 연구개발(R&D) 인력은 전력 소모량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으로 저전력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절전 제품은 기업의 ESG 지표를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제품의 효율이 올라가면 ‘사용 단계’ 탄소배출량이 줄어든다.

업계가 찾은 첫 번째 해법은 부품 소형화다.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비스포크 냉장고 4도어 키친핏은 전작 대비 소비전력을 13.8% 절감했다. 에너지소비효율도 1등급이다. 구동 부품의 크기를 축소한 새로운 7세대 인버터 압축기를 장착해 마찰 손실을 줄이고 인버터 제어 효율을 개선했다.

가전 부품 ‘작고 더 작게’

이와 함께 최적화된 제품 구조를 탑재해 소비전력을 대폭 줄였다. 진공 단열재의 내부 성형 방식과 흡착제의 성분을 변경해 단열 성능을 높였다. 가스켓(도어패킹) 보강재의 재질을 바꿔 열전도를 크게 줄였다.

LG전자가 올해 내놓은 이동식·창호형 에어컨에는 듀얼 인버터 압축기가 들어간다.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를 둘로 나눈 압축기로 냉방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이동식 에어컨의 경우 하루 4시간 사용 시 기존 정속형 모델보다 에너지를 최대 29% 절약한다”며 “창호형 제품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획득했다”고 말했다.

새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출시한 비스포크 인덕션 인피니트 라인은 쿡센서의 자동제어 기능으로 소비전력량을 36%가량 절감했다. 요리 온도를 고려해 끓어넘치는 것을 방지하고, 불필요한 가열 에너지를 최소화한 덕분이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인 네오 QLED 8K TV는 TV 동작 시 소비전력을 기존 모델 대비 8.7% 절감했다. TV 안의 디스플레이 패널의 투과 효율을 향상하면서 LED(발광다이오드) 효율을 개선했다. 이와 함께 고성능 반도체를 적용해 새는 에너지를 최소화했다.

최근 나온 LG전자 프리미엄 냉장고엔 노크온 매직스페이스가 적용된다. 노크만으로 안쪽 조명이 켜져 음식물의 종류와 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문을 여닫는 횟수를 줄일 수 있어 문 전체를 여닫을 때보다 냉장고의 냉기 유출이 최대 47% 줄어든다.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냉장고의 경우 인공지능 절전 케어 기능을 탑재했다. 새벽처럼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알아서 절전 모드로 운전해 낭비되는 전력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회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냉장고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UP 가전”이라며 “추후 노크온 매직스페이스의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최적화를 위해 제품 재설계

기존 제품의 설계를 뜯어고쳐 에너지 절감 해법을 찾은 사례도 있다. 냉난방기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시스템에어컨(DVM S2)에는 톱날 모양이 연상되는 팬을 탑재했다. 증발·응축 압력 등을 제어하기 위해 공기역학을 고려한 구조다. 이와 함께 고성능 압축기와 AI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획득했다.

비스포크 직화오븐은 오븐 위쪽에 72개의 에어홀이 뚫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열풍이 식품에 직접 분사되는 구조로 에어홀을 구성했다”며 “이로써 조리 시간을 단축하고 소비전력을 저감했다”고 설명했다.

LG 트롬 건조기는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DD(Directive Drive) 모터를 최초로 탑재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획득했다. DD 모터는 벨트로 연결하는 일반 모터와 달리 건조통과 모터를 기어 방식으로 연결하는 부품이다. 드럼의 회전속도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와 모터 등 고효율 에너지 기술도 탑재했다.

에너지 소모 절감을 위해 제품별 특화 기능을 적용한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는 세탁물 오염도를 감지하는 탁도센서와 세탁물 종류 분석을 통한 AI 맞춤세탁 등이 적용됐다. 특히 그랑데 통버블 세탁기 25kg은 버블세제함과 제트샷 기능 등을 적용했다. “세제 흡수력과 헹굼 성능을 향상해 단위 용량당 소비전력량을 7% 이상 개선했다”고 말했다.

LG 프리미엄 냉장고의 핵심 부품인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탑재했다. 에너지효율이 뛰어나고 구조가 단순해 내구성도 우수하다. 모터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해 냉장고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식품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데 도움이 된다.

LG 휘센 듀얼 인버터 제습기 신제품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획득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일 평균 5.7시간씩 쾌속 제습 모드를 사용(한국에너지공단 월간 에너지 비용 기준)할 경우 월 전기료는 약 8000원(20리터 제품)과 약 6000원(16리터 제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하고 전기료도 절감

고효율 가전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상당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가전제품의 에너지효율 향상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는 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보다 38%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는 전기료 부담을 덜 수 있다. 과거엔 고효율 가전이 드물었지만, 최근 잇단 신제품 출시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처럼 전력을 많이 쓰는 제품은 신제품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고효율 제품군이 다양해야 교체 수요도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고효율 가전 전성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7대 주요 가전제품에 에너지 고효율 기술을 적용해 사용 단계의 온실가스 원단위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20% 저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성수 한국경제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