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가 이달 들어 10일간 7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부진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지난달 발생한 적자의 1.6배를 열흘 만에 기록했다.

반도체 쇼크…열흘 만에 무역적자 77억弗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76억77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7월 한 달간의 무역적자(46억6900만달러)를 넘어섰다.

올 1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29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144억100만달러 흑자를 낸 것을 감안하면 상황이 급반전했다.

적자 폭이 커진 것은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1~10일 수출액은 156억8800만달러로 23.2% 증가했지만 조업 일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하루 더 많았던 만큼 하루 평균 수출액은 8.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입액은 233억65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4.1% 늘었다. 조업 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입액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3% 증가했다. 수입 증가율은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이달 1~10일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8월 월간 무역수지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역수지는 4월(-24억7700만달러) 5월(-16억1400만달러) 6월(-25억7500만달러)에 이어 7월까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월말까지 수출입 흐름에 큰 반전이 없어 8월 무역수지가 적자로 확정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4개월 만에 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반도체 수출 '뚝뚝'…26개월 만에 마이너스 위기
반도체 1~10일 5.1% 감소…對美 무역 11년 만에 적자 우려

8월 1~10일 무역수지가 77억달러 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에는 반도체 부문의 수출 부진이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29억9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1% 감소했다. 이달 말까지 반전을 이루지 못하고 반도체 수출이 월간 기준으로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2020년 6월 이후 26개월 만의 감소가 된다. 다만 지난해 9월 1~10일 반도체 수출이 감소세를 기록했다가 월간 기준 증가세로 전환한 사례가 있어 월말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에도 크게 둔화했다. 5월(14.2%)과 6월(10.8%)에는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7월에는 2.5%(잠정치) 증가하는 데 그쳤다. 종류별로 보면 시스템 반도체는 디지털 전환 수요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전방산업의 수요 감소 등으로 수출이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외에는 무선통신기기(-17.7%), 컴퓨터 주변기기(-19.0%) 등의 수출이 감소했다. 석유제품(177.0%), 승용차(191.9%), 자동차 부품(29.4%) 등은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수입은 에너지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원유 수입이 33억100만달러를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1% 증가했다. 가스(96.4%)와 석탄(162.5%)을 포함한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61억91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44.6%), 승용차(71.7%), 반도체 제조장비(23.7%) 등의 수입 증가폭도 컸다.

국가별로는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1∼10일 대중 무역수지는 8억9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수출이 39억900만달러로 2.8% 감소한 가운데 수입은 47억9900만달러로 29.2% 늘었다.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수지가 석 달 연속 적자를 보인 것은 1992년 8∼10월 이후 약 30년 만이었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수지도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액은 19억4100만달러를 기록해 수입액(26억4400만달러)보다 7억300만달러 적었다. 이달 적자가 확정되면 2011년 8월 후 월간 기준으로 첫 대미무역 적자다. 일본, EU와의 무역적자 규모는 각각 11억400만달러, 1억4100만달러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