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품질 임대주택 지으려면…"자재값 급등, 공사비부터 해결을"
민간 아파트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임대주택의 주거 품질을 높이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청사진의 ‘가능성’을 놓고 건설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고품질 임대주택을 내놓으려면 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세계도시정상회의(WSC)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오 시장이 “노후 임대주택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확대해 싱가포르처럼 고밀 개발하고, 타워팰리스 같은 고품질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 임대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임대주택 재건축 1호로 지목한 ‘하계5단지’(투시도)는 영구임대주택이다. 임대기간이 50년이나 돼 ‘영구임대’라는 명칭이 붙었다.

정부는 재정이 대거 투입되는 영구임대주택만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렵다고 판단,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정비사업 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을 하고 있다. 임대기간은 10년으로 주변 월세 시세의 80~90% 선에서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민간 건설사가 짓기 때문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주거공간과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의 대안으로 꼽힌다.

정비사업 연계형의 사업 구조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지의 일반분양 물량을 HUG가 주도하는 리츠가 사업 인가 시점에 미리 전량 매입해 임대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조합은 미분양 위험을 줄일 수 있어서 좋고, 공공에서는 손쉽게 임대주택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매입 시점이다. 사업시행 인가 시점에 일반분양분을 매입하다 보니 착공 시점에 오르는 자재값과 공사비를 반영할 수 없어 조합원의 부담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예로 인천 A 재개발 구역은 3.3㎡당 공사비가 최근 2년 여 만에 124%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돌발 변수로 공사비가 크게 오른 만큼 분양가에도 반영해야 하는데 사업 구조상 불가능하다”며 “HUG가 착공 시점에 매입 가격을 재산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HUG 측도 이 같은 업계 건의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UG 측은 기자 질의에 공식 답변서를 통해 “공사비 증액 요구와 조합 측 부담에 따른 사업 중단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며 “사업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