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신업계에선 중간요금제가 화두다. SK텔레콤을 시작으로 KT와 LG유플러스 등이 데이터 제공량 ‘중간 구간’에 해당하는 요금제를 속속 내놓을 예정이다. 데이터 제공량 10기가바이트(GB)와 100GB 사이 요금제가 없었던 통신시장에서 이용자의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아직 요금제 선택권이 꽉 막혀 있는 통신시장이 있다.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12년 전 출범한 알뜰폰 시장이다. 알뜰폰 시장은 저가 요금제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 5세대(5G) 이동통신에 비해 저렴한 LTE 요금제 수요가 높다. 하지만 현재로선 알뜰폰 사업자들이 최신 스마트폰 단말에 LTE 요금제를 붙여 제공할 길이 없다. 이동통신 3사가 각 사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5G 단말의 LTE 서비스 가입 불가 정책을 알뜰폰업계에까지 적용하고 있어서다. 이용자 개인이 5G 단말을 가지고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알뜰폰 사업자가 같은 내용으로 요금제 상품을 내는 것은 원천 차단돼 있다. 중고 단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로부터 통신망을 임차해 운영하는 구조여서 새로운 요금제 상품을 출시하려면 이통사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자가 전산망을 쓰는 일부 알뜰폰 업체도 마찬가지다.

‘그럼 LTE 단말만 쓰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장 상황은 그렇지 않다. 시장조사기업 IDC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5G 단말 출하량은 지난해에 이미 75%를 넘었다. 이 비율은 매년 더 높아지고 있다.

LTE 서비스는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더 이어질 전망이다. 통신 서비스가 세대별로 통상 20년 이상 유지되기 때문이다. LTE는 2011년 시작했다. 5G 단말이 대세가 돼도 고가 5G 요금제를 쓰고 싶지 않은 이들이 한동안 LTE를 계속 쓸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국내 5G 품질이 소비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LTE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지난 4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5G 이용자 1000명 중 66.1%가 이용 중인 통신 서비스를 LTE로 바꿀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몇 년 전 이 같은 ‘미스매치’를 해결하려 했으나 반쪽짜리 해결책에 그친 모양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8월에 5G 자급제 단말에 한해 LTE 요금제 가입 제한을 풀었다. 하지만 5G 단말 시장에서 자급제 모델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한번에 거금을 내고 단말기를 구매해야 하고, 선택약정 할인을 적용받을 수 없어서다. 5G 단말에 LTE 요금제를 쓸 수 있게 하면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젠 알뜰폰 시장에도 요금제 제한을 풀어줄 때다.